시간 여행의 짜릿함만큼이나 다채로운 문명의 비교
시간 여행자 미지에게도 두 개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게 그리 만만치 않다. 현대에서 1시간이면 조선에서는 5일이 훌쩍 지나가 버리기 때문이다. 미지는 엄마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촘촘히 시간 여행 계획표를 짜는 한편, 조선으로 넘어올 때마다 현대의 물건들을 하나둘 챙겨 온다. 더위를 가시게 해 줄 손선풍기, 추위를 막아 줄 핫팩과 보온병, 각종 간식과 식재료들은 조선 시대 사람들에게 깜짝 선물이다. 특히 해적들이 1주년 기념 파티에 쓸 케이크를 만들겠다고 초코파이를 쌓고 젤리와 휘핑크림으로 장식하는 모습, 혼례를 앞둔 신부 가족에게 현대에서 가져온 팩을 얹어 주는 모습 등은 시간 여행의 묘미를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이다. 어디 그뿐인가. 고춧가루가 들어간 현대 음식에 놀라고 그 맛에 적응해 가는 조선 해적단 친구들의 모습에서 독자들은 고추가 없던 조선 시대의 허여멀건 김치를 머릿속에 그리면서 새삼 매운맛의 감사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역사를 품은 판타지 모험 동화
이 책이 독자의 흥미를 단숨에 끌어들이는 또 다른 이유는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을 더해 새로운 문학의 범주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1권에는 조선 시대 학자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나오는 한국 전통 인어와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되어 있는 ‘물괴’ 등이 등장했다면, 2권에서는 길고 치열했던 임진왜란의 정황, 그 안에서 빛났던 선비와 민초들의 정신, 거북선과 승자총통의 활약 등 역사적 장면들이 이야기 속에 절묘하게 스며들어 판타지 영화 안으로 빨려 들어가 모험하는 기분이 들게 해 주었다.
우정도, 운명도, 가꾸고 개척해 가는 것!
미지가 생각하기에 진정한 소울메이트란 언제나 함께 있고 모든 걸 공유하는 친구였다. 그래서 해미 곁에 새로운 친구가 나타나자 해미 쟁탈전을 벌이기도 했다. 해미 옆에 꼭 붙어 있기, 밥 먹을 때 숟가락 놓아 주기, 촌장님 간호해 드리기 등 해미를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자기가 먼저 챙기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