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서구인의 자연관과 프랜시스 베이컨, 테라포밍
우리는 많은 논의의 세례를 거치면서 현재의 기후 위기가 산업혁명보다 훨씬 뒤인 최근 몇십 년 사이에 생겨난 일이라고 믿게 되었다. 물론 최근 몇십 년 사이의 ‘거대한 가속(great acceleration’이 오늘의 기후 위기를 한층 빠른 속도로 부채질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저자는 실상 그 위기의 씨앗은 인류가 ‘물질적 안녕’이 좋은 삶의 최고봉이라고 믿도록 세뇌당한 오래전에 이미 뿌려졌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초기에 이 같은 유럽의 제국주의 교리를 구축한 인물로 지목한 이는 서구의 위대한 정신으로 꼽히는 영국의 프랜시스 베이컨이다.
“반다 대학살이 자행될 무렵 …… 출간한 책 《성전에 관한 광고》에서 베이컨은 기독교를 믿는 유럽인에 의한 특정 집단의 존재 말살이 왜 합법적이라고 생각하는지 그 이유를 소상히 늘어놓았다. ‘일부 국가에서 민법에 의해 불법화되고 금지된 특정인이 존재하듯 자연의 법 및 여러 국가의 법에 의해, 또는 하나님의 계명에 의해 불법화되거나 금지된 국가들도 있게 마련이다.’ 베이컨의 주장에 따르면, 이런 방탕한 국가는 기실 국가도 아니요, 그저 자연법칙에 비추어볼 때 완전히 뒤떨어진 ‘불온한 사람들의 떼거리’일 따름이다. 그런 연유로 ‘시민정신이 투철하고 치안이 잘 갖춰진 국가가 …… 그들을 이 지구상에서 제거하는 것은 합법적일뿐더러 신의 뜻에도 부합하는 일이다.’ ……이 주장은 사실상 기독교를 믿는 유럽인에게 그들 눈에 잘못되었거나 괴물처럼 보이는 민족을 공격하고 말살할 수 있는 천부적 권리를 부여했다.”(40쪽
저자는 이런 발상의 지원을 받은 식민주의와 경제 성장을 주축으로 하는 서구 문명을 비판하는 한편, 기후 변화가 식민화와 함께 시작되어 토착민의 낙원과 그들의 환경을 파괴한 자원 추출 방식의 직접적 결과라고 주장한다. 그는 이것을 ‘테라포밍’이라는 용어로 표현하는데, 테라포밍은 식민지 개척자들이 장소 이름을 새로 바꾸고 가축을 도입하고 농경지를 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