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상세보기

도서명 노파람이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날 - 문학동네청소년 62
저자 허진희
출판사 문학동네
출판일 2022-12-14
정가 12,500원
ISBN 9788954699488
수량
멀어질 기회 13
약점을 삽니다 25
따분한 세계를 달리는 열차 38
믿고 싶은 마음 44
커다란 구멍 54
떫은맛 70
대체로 기쁜 일 84
손님과 아르바이트생 사이 100
약속이라는 단어 117
대책 없는 매력 129
마지막 쇼 154
박수갈채 174
눈바람 189
아무도 열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195
작가의 말 207
그 마음엔 힘이 있었다. 벅차오르는 무엇이 있었다.
파람은 생각했다.
믿는 마음이 약점일 리가 없다고. _본문에서

"네 약점을 팔지 않겠니? 보수는 넉넉할 거야.“
“저는 사장님의 사과를 사고 싶어요. 진심으로 하는 사과를요.”

소설의 배경이 되는 것은 육식을 위한 도축이 전면 금지되고 오직 실험실에서 만든 배양육을 먹는 것만이 허용되는 세계, 일명 ‘무해한 육식주의자들’의 세상에서 남몰래 ‘금지육’을 파는 식당이다. 은밀히 모여든 각계 유명 인사들은 짐짓 고상한 듯 굴지만,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서라면 상률을 거스르는 것도 서슴지 않는 윤리 감각과 특권 의식을 돌발 상황마다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한 줌 위선과 가식으로 이루어진 가면은 소설의 말미, 허를 찌르는 반전으로 식당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모두 벗겨진다. 한 편의 블랙 코미디와도 같은 이 소설은 번번이 예상을 비껴가는 전개와 독특한 개성을 지닌 캐릭터 구축을 통해 독자를 단박에 끌어당긴다는 점에서 『독고솜에게 반하면』을 잇는 또 한 권의 페이지터너라 할 만하다.

강력한 호기심과 인간에 대한 믿음을 동력 삼아 어른들이 만든 세속의 판도를 바꾸어 버리는 여성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세웠다는 점 또한 작가의 전작과 궤를 같이한다. “사장님, 이제 다 끝났어요. 내가 이곳을 망하게 할 거니까요.” 최후의 강수를 두며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하는 노파람의 눈동자는 단단하고 고요하다. 멀리해야 할 사람은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고 유해한 관계는 어떤 관계인지, 첫눈에 끌리는 사람과는 얼마큼 가까워져도 되는 건지, 함께하면서도 서로를 짓누르지 않을 정도의 안전한 거리는 어떻게 찾는 것인지를 다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관계에서의 거리 감각을 익히는 일은 곧 스스로를 지켜 낼 힘을 기르는 일이라는 사실을, 노파람의 강단 있는 눈동자는 말해 주고 있다.

……파람의 까무께한 눈동자는 그 안에 바람 한 점 일지 않는 듯
단단하고 고요해 보였다. 무슨 말을 할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의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