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고고학의 관점에서
새롭게 바라본 선사시대 여성
“이 남성적 유산, 이 차별의 이유는 무엇인가.
수만 년의 일방통행의 뿌리는 무엇인가.”_《라 리퍼블리카》
선사학은 멀게는 300만 년 전에서 가깝게는 1만 년 전까지, 과거 존재했던 인류의 사회와 문화를 연구하는 학문 분야로, 19세기 중반부터 유럽을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당시 유럽 사회는 기독교와 고대 그리스·로마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가치관이 지배적이었다. 여성을 ‘신의 뜻’으로뿐만 아니라 ‘본질적’으로도 열등한 존재로 여기던 당시의 시대정신은 이 학문 분야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이어졌다.
오랫동안 선사학자들은 남성을 집단의 생존을 지켜주는 강한 존재이자 진보를 이루어내는 창의적인 존재로 그리는 반면, 여성은 약하고 의존적이며 수동적인 존재로 묘사했다. 각종 회화와 조각, 책, 잡지 삽화, 교과서 등도 이 같은 집단 상상력을 조장하는 데 일조했다. 여성이 살림터에서 아이를 낳아 기르고, 집안일을 하는 사이, 남성은 밖으로 나가 사냥, 낚시, 도구와 무기 제작 등을 도맡아 했다는 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묘사는 타당한 것일까?
《파묻힌 여성》은 그동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던 선사시대 여성에 관한 여러 해석이 사실은 과학적 논거가 취약하며 편견으로 바라본 것이었음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프랑스의 중견 선사학자인 저자 마릴렌 파투-마티스는 다양하고 방대한 자료를 통해 그동안 선사시대 여성의 역할이 극히 왜곡되어왔음을 논증한다. 또한 여성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과 오해를 지적하고, 인류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양성 관계를 건강한 방식으로 새롭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구석기시대에 여성이 남성보다 지위가 낮았다는
고고학적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_《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롤로그에서 선사시대를 바라보는 도식화된 고고학적 해석이 과연 타당한지 문제를 제기한데 이어, 제1장에서는 선사시대 여성을 향한 남성적인 시각을 비판적으로 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