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옥을 소설가에서 영화인으로 만들어 준 첫 번째 작품
영화대본을 원작자가 직접 각색해 문학성까지 겸비한 시나리오
순천만국가정원에 가면 김승옥문학관이 있다. 문학관을 들어가는 입구에 김승옥 사진과 함께 이렇게 쓰여 있다.
“소설가란 스스로 ‘이것이 문제다.’고 생각하는 것에 봉사해야지 어느 무엇에도 구속당해서는 안 된다. 권력자나 부자의 눈치를 살펴도 안 되고 동시에 힘없고 가난한 사람의 비위만 맞춰서도 안 된다.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며 다만 스스로의 가치에 비추어 문제가 되는 것에 자신을 바쳐야 한다.”
소설가 김승옥을 영화인으로 만든 ‘안개’의 대본집
〈안개〉는 영화작업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소설가로서의 첫 번째 각색 작업이었기에 감독을 비롯한 전문 영화인들이 보기에 시나리오로서는 다소 기대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을 것임에도 김수용 감독을 비롯한 제작자, 조감독 등 스탭 어느 누구도 작품에 대한 의견을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어쩌면 원작자에 대한 예의랄까 또는 소설로서 원작이 받았던 호평에 버금가는 ‘훌륭한 시나리오’가 나오리라는 기대감 때문에 그랬는지도 모른다.
복잡하고 지루하고 어수선한 촬영 현장에서의 고된 작업이 끝나고 일차 편집을 거쳐 성우 및 효과음 녹음이 진행될 때까지도 영화의 전체적인 윤곽을 한눈에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다. 원작자나 각색자의 의도가 어떻든 어차피 영화는 필연적으로 감독의 작품이기 때문에 촬영기간 뿐 아니라 후속작업을 하는 중에도 감독의 의중에 따라 대본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었다. 원작자는 문학성에 비중을 두지만 감독은 흥행성에 더 비중을 두기 때문이다.
1967년 어느 날 이봉조 선생이 전화로 들려주는 색소폰 연주를 들으며 떠오르는 느낌으로 써 내려간 주제가 〈안개〉의 가사 중 내가 써준 마지막 부분의 가사는 “안개 속에 눈을 떠라 내 여인아 눈물을 감추어라”였는데 완성된 노래를 들어보니 ‘내 여인아’를 빼고 “안개 속에 눈을 떠라 눈물을 감추어라”로 바뀌어 있었다. 다른 부분은 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