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의 작은 방 안에서 피어나는 예술적 상상력
모든 꿈꾸는 이들을 위한 따듯한 이야기
드넓은 하얀 바다로 둘러싸인 크고 하얀 나라에 커다랗고 하얀 집이 있다. 그 집의 하얀 벽으로 가득 찬 방 안에서 하양은 혼자 외로워 보이기도 하지만, 고양이와 둘이서 그들만의 놀이를 하며 주변을 하얗게 물들이고 점점 커지는 환상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마침내 하양과 함께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달리고, 노를 젓고, 나무를 오르고, 야영을 하며 한때 꿈꿨던 세상을 경험하게 되는 놀랍고도 따듯한 순간이 눈앞에 펼쳐진다. 하양이 꿈과 현실의 경계를 지우며 하얀 세계 안에서 하나가 될 때 우리 또한 읊조리게 될 것이다. “이것 봐. 저 소녀가 나야.”라고. 놀이와 꿈, 소망과 상상에 대한 찬가이자 바깥을 나갈 수 없던 팬데믹의 우리에게도 힘과 위로를 주는 아름다운 이야기.
“흰색은 모든 색을 품고 있다”
단어와 색조로 빚어낸 ‘하양’을 향한 송가
글을 쓴 파울 더모르는 난치병을 앓으며 세상을 더욱 예민하게 지각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빛을 받아 다양한 색조를 보여주는 눈 덮인 풍경을 마주하고서 흰색이 모든 색을 품고 있다는 단순한 진실을 깊이 깨닫고, 하얀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목격하며 그 기쁨 안에서 ‘하양’을 탄생시킨다. 그리고 ‘하얀 방’은 카텨 페르메이러의 손끝에서 비로소 완성될 수 있었다. 카텨 페르메이러는 파울 더모르의 글을 받고 “그것은 마치 물이 졸졸 흐르는 것과 같이 감정이 없는 매우 특이한 텍스트”였기에 “그림에 적합한 분위기를 얻기 위해 잠시 내 안에서 가라앉게 두어야 했다”고 말한다. 그 결과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는 꼭 책을 펼쳐 확인해야 할 것이다.
언뜻 건조해 보이기까지 하는 단순한 단어들이 하양의 세계를 희게 가시화할 때, 그림은 흰색의 미묘한 뉘앙스를 부드러운 파스텔 색조를 통해 다채롭게 표현해 내고 텍스트에 깊이를 더한다. 또한 시적인 문장이 돌림노래처럼 반복되는 동안 그림은 빛과 그림자, 밝음과 어둠, 사물과 자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