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후기 사회주의: 영원한 제국
2장 형식의 헤게모니: 스탈린의 섬뜩한 패러다임 전환
3장 뒤집힌 이데올로기: 윤리학과 시학
4장 ‘브녜’에서 살기: 탈영토화된 사회적 환경
5장 상상의 서구: 후기 사회주의의 저편
6장 공산주의의 진짜 색깔들: 킹 크림슨, 딥 퍼플, 핑크 플로이드
7장 데드 아이러니: 네크로미학, 스툐프, 그리고 아넥도트
결론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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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글
후기 사회주의, 혹은
삶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 여겨졌던 시간에 대한 탐구
이 책은 1950년대 중반에서 1980년대 중반에 이르는 약 30년(흐루쇼프의 해빙기에서 브레즈네프의 침체기까지, 저자가 “후기 사회주의late socialism”라고 부르는 시기를 탐구한다. 페레스트로이카로 인한 변화가 시작되기 이전, 그러니까 아직은 체제가 영원히 지속될 거라고 여겨졌던 시간이다. 유르착은 이 중에서도 소비에트 시스템의 독특한 역설을 어떤 세대보다 더 강렬하게 체험한, 브레즈네프 시기에 청년기를 보낸 “소비에트 마지막 세대”의 삶에 특히 더 주목한다.
스탈린의 사망으로 이데올로기적 담론들의 기준이 되었던 “메타담론”이 사라지면서, 모든 표현들이 반규범적으로 보일 수 있는 상황을 낳게 되고, 이는 고정되고 형식화된 담론에 대한 강박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규범화”는 아예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지경에 이르러, 모든 담론 영역(포스터, 영화, 기념비, 집회, 보고서, 기념행사, 학교 교과과정, 도시 공간의 구성에서 규범적 형식의 재생산이 이루어졌다. 그러면서 발화 행위의 수행적 차원이 더 중요해지고 담론의 진술적 의미는 약화되는데, 유르착은 이러한 “수행적 전환”이 후기 사회주의에서 권위적 담론을 작동시키고 실천을 재현·조직했던 핵심 원칙이라고 설명한다. 진술적 차원이 약화되었다는 것은 담론이 “텅 빈” 의례로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와는 반대로 진술적 의미에 대한 관료주의적 해석에 얽매일 필요 없이, 예측 불가능하고 비결정적인 해석의 가능성, 다시 말해 사회주의적 삶을 창의적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되었다.
어떤 “영원했던” 세계의 “정상적인 삶”에 관하여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일들이 소비에트의 공식 담론과 의례에 ‘반하여’ 혹은 그것의 ‘바깥’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유르착은 절대 다수의 소비에트 인민에게 사회주의적 삶의 근본적 가치와 이념이 진정으로 중요했으며, 이렇듯 체제의 가치를 믿고 체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