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인종과 젠더의 노동자들이 벼려낸,
가장 낮고 어두운 곳에서 피어나는 계급 정치의 가능성
《사라질 수 없는 사람들》은 가난한 노동계급의 삶을 성실하고도 입체적으로 재현하여 지금껏 누구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 세계로 독자를 인도한다. 저자는 섬세하고 배려 깊은 인터뷰로 노동계급 구성원이 마주한 고난이 무엇인지, 그들은 그 고난을 어떻게 대처해나가는지를 조명한다. 저자는 노동계급을 하나의 동질적 집단으로 뭉뚱그리지 않는다. 콜브룩의 모든 노동계급이 공통으로 마주한 엄혹한 현실을 분명히 인식하면서도 이들을 백인 남성과 여성, 흑인 및 라틴계 남성과 여성의 네 집단으로 나누어 내부의 차이에도 주목한다. 각 인구 집단이 삶, 미래, 자아를 이해하는 방식에서 나타나는 차이는 노동계급을 위한 정치가 단순하고 평면적인 차원을 넘어서 복잡하고 정교하게 기획되어야 한다는 점을 알려준다.
노동계급 백인 남성은 미국을 건설했다는 자부심이 훼손된 상황에 고립감, 목적 상실, 억울함을 토로한다. 이들은 파편화되고 해체된 남성성의 잔해들 앞에서 길을 잃은 채 서성이는 중이다. 한편 노동계급 백인 여성들은 어떻게든 ‘어머니’, ‘아내’의 역할을 지키려 악전고투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트라우마로 괴로워하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낸다.
콜브룩으로 새로 이주해온 유색 인종은 힘든 상황에서도 미래를 조금 다르게 전망한다. 흑인 및 라틴계 남성은 콜브룩에서 자신의 수치스러운 과거를 걷어내고 아이들의 밝은 미래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가난뿐 아니라 인종에 대한 차별로 어려운 일들을 겪지만 이 모든 고통을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과정으로 수용한다. 이는 흑인 및 라틴계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동시에 유색 인종 여성들은 그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홀로 설 가능성을 모색하기도 한다.
사회 제도의 붕괴, 불평등의 고조, 정치적 소외…
오늘날의 정치적 바람을 이해하기 위해 꼭 읽어야 할 책
저자는 노동계급 내부의 차이를 섬세히 검토하는 동시에 모두를 아우르는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