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Chapter 1. 재료의 향연
감자, 악마의 식물이 만든 장대한 드라마
육두구, 나른한 향기에 깃든 욕망의 역사
사과, 유혹은 언제나 탐스럽다
굴, 부드럽고 나태하고 전설적인 맛
옥수수, 역사를 바꾼 학살자의 전리품
동물의 살, 누가 어떤 고기를 먹는가
물고기, 세계사를 뒤바꾼 위대한 비린내
Chapter 2. 맛의 제국
로마 제국의 연회, 인간이 누린 가장 배부른 사치
죄의 식탁, 쾌락과의 기나긴 전쟁
비잔티움 황녀의 포크, 유럽 식탁을 바꾸다
두 개의 부엌, 화려함 뒤에 감춰진 야만적인 세계
왁자지껄한 시장, 풍요롭거나 진실하거나
낙원 상상과 카니발, 배부름을 허락 받은 시간
미식의 전성시대, 파리 레스토랑에서
Chapter 3. 달콤하고 쾌락적인 것들
빵, 음식 이상의 음식
설탕, 달콤한 폭력의 역사
파스타, 견딜 수 없는 맛에 부여된 영광스러운 이름
커피, 유럽을 뒤흔든 악마의 음료
포도주, 1만년 역사에 담긴 신의 물방울
치즈, 인류가 가로챈 가축의 젖
압생트, 모든 것을 파괴한 녹색 악마
음식이 나오면 사진을 찍고 쉴 때는 ‘먹방’을 보는 우리.
우리는 여전히 음식을 보고, 기록하고, 욕망한다.
역사적인 명화들이 고스란히 목격한 ‘먹는 것’의 이야기를 만나다.
인류의 역사는 곧 ‘먹는 것’의 역사다. 인간이라는 동물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언제나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에 있었다. 그러므로 음식에 관한 이야기 없이 인간사를 다루는 것은 가장 중요한 축 하나를 빼놓는 것과 다름없다. 우리의 문화사를 기록하는 수많은 그림에도 음식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책은 음식을 통해 살펴보는 인류사와 그것을 증명하는 그림으로 만들어졌다.
저자 이정아는 블리싱겐의 푹푹 찌는 습하고 더운 날씨에서 바다 냄새가 달려드는 염장 청어를 맛보고 이 책을 쓰게 됐다고 말한다.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음식과 사람 냄새로 가득하다. 책을 읽고 있으면 육즙이 흘러내리는 고깃덩어리와 비릿한 냄새를 풍기는 청어들, 왁자지껄하게 떠들썩한 시장과 풍미가 가득한 소스를 머금은 파스타, 갓 구운 고소한 빵, 달짝지근한 포도주와 깊은 커피 향기가 읽는 이의 오감을 사로잡는 강렬한 경험을 하게 된다.
어느 날 인간을 장악한 맛있는 것들
이미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음식들도 처음부터 모두 환영받았던 것은 아니다. 감자와 옥수수가 그랬다. 그러나 이 불온한 식물들은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경이로운 생명력과 지옥보다 끔찍한 시대를 견뎌낸 인간의 의지를 발판 삼아 당당히 오늘날의 위치에 올랐다. 사과와 굴은 유혹과 사랑의 알레고리를 드러내며 무수한 그림의 소재가 됐다. 신화처럼 오래 이어져 온 욕망의 상징은 변화하는 시대에 따라 캔버스 안에서도 끊임없이 변신하며 등장한다. 육두구에는 향신료를 얻기 위해서라면 잔인한 살육을 서슴지 않던 인간의 잔혹함이, 동물의 살에서 얻어지는 고기는 끝없는 탐식과 권력에 대한 과시가, 예수 그리스도의 성은을 입은 물고기에는 바다 정복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담겨있다. 맛있는 것들은 그렇게 슬그머니, 그러나 강력하게 인간의 역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