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의 변화로 혼란스러운 사춘기 소녀의 성장기
《분홍색의 무게》는 캐나다에서 텔레비전 영상 디자이너로 일하다 이후에는 버스 기사로 일한 경험을 토대로 소설을 집필한 독특한 이력의 작가 나탈리 라가세가 사춘기 소녀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 낸 어린이 문학이다. 작가는 자신의 경력을 살려 이 책에 직접 삽화를 그렸는데, 이목구비가 없는 사람들, 부끄러움에 얼굴이 토마토로 변한 아이 등 상징성 있는 그림이 글을 한층 깊이 있게 읽을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연필선의 터치감이 느껴지는 단색의 일러스트는 아이와 어른 사이 그 어딘가에 위치한 사춘기 소녀의 예민한 감수성을 잘 표현한다.
열두 살 소녀 로지는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세 명의 남자아이와 마주친다. 그 만남은 곧 성희롱으로 바뀌고, 로지의 마음속 깊이 각인된다. 그리고 모든 것들이 변하기 시작한다.
요즘 로지의 삶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사랑하는 가족에게도 불쑥불쑥 화가 치민다. 엄마에게는 아직 비밀인데, 가슴이 나오기 시작하는 것 같다.
‘나, 이대로 괜찮은 걸까?’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치는 사춘기 감정 변화를 그리다
로지에게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이 있다. 그건 바로 동네에서 유명한 랑베르 패거리에게 은밀하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 처음에는 로지 앞에서 자기 바지를 슥 내리더니, 이후부터는 로지를 볼 때마다 휘파람을 불며 이죽거리거나 가슴을 흘끔거린다. 이러한 경험은 최근 들어 신체도 변하는 데다, 심리적으로도 불안정한 로지에게 큰 두려움을 남기고 만다.
남자애들이라면 질색인 로지와는 달리, 단짝 친구 아나는 시도 때도 없이 좋아하는 남자애 얘기뿐이다. 그리고 어떤 일이든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신체 변화나 주변의 시선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그래서 로지는 친구에게 랑베르 이야기를 꺼내고 싶다가도, 보이지 않는 벽에 입을 다물고 만다.
그러다 로지의 생일, 아나와 같은 반이라는 마테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