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머리에: 이솝우화가 우리에게 묻는 것
창피함과 부끄러움은 어떻게 다른가: 「꼬리 잘린 여우」
고통의 역설: 「노인과 죽음」
합리적 형벌: 「개미에 물린 남자와 헤르메스」
부러움인가 시샘인가: 「제우스와 프로메테우스와 아테나와 모모스」
지배에 관한 우화: 「말과 당나귀」
지독한 사랑: 「사랑에 빠진 사자와 농부」
인간과 옷: 「도둑과 여관 주인」
빚이란 무엇인가: 「아테나이의 채무자」
재현의 정치: 「함께 길을 간 사람과 사자」
꾀의 영웅: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아름다운 것과 유용한 것: 「샘물가의 사슴과 사자」
현재와 미래: 「어부와 멸치」
믿음을 상실한 세계: 「불가능한 일을 약속한 남자」
자유와 생존: 「야생 당나귀와 집 당나귀」
나르시시즘의 위험: 「키타라 연주자」
면피의 정치학: 「여우와 나무꾼」
갈등 해결법: 「여주인과 하녀들」
자연과 문화: 「늑대와 노파」
환멸의 정치학: 「여우와 고슴도치」
내로남불의 기원: 「두 자루」
주석
찾아보기
>>> 이솝우화가 촉발한 질문과 해답 >>>
우화는 동물이나 식물, 혹은 사물을 인격화하여 주인공의 말과 행동에 풍자와 교훈의 뜻을 나타내는 이야기이다. 특히 우화의 대명사인 이솝우화의 풍자는 플롯이 익살맞아 독자에게 읽는 재미를 주고, 이솝우화의 교훈은 사건의 결말을 알려주어 독자에게 삶의 길을 안내해준다. 그래서 독자는 이솝우화를 읽으며 즐거움과 유익함을 만날 수 있다. 그게 다일까? 더 있다. 이 책의 저자처럼 곰곰이 꼼꼼히 생각하면 이솝우화가 촉발한 철학적 질문을 스스로 발견한다. 예컨대, 이 책의 저자는 「꼬리 잘린 여우」 이야기에서는 ‘부끄러움’과 ‘창피함’의 차이를 따져보고, 「제우스와 프로메테우스와 아테나와 모모스」 이야기에서는 ‘부러움’과 ‘시샘’은 어떻게 다른지를 찾아낸다. 또한 저자는 「샘물가의 사슴과 사자」 이야기에서는 ‘아름다움’과 ‘유용함’은 배치되는지를 생각하고, 「야생 당나귀와 집 당나귀」 이야기에서는 ‘자유’와 ‘생존’은 서로를 위협하는 관계인지를 살핀다.
책 속에서
이솝우화에서 내게 각별한 인상을 불러일으킨 것은 깜짝 놀랄 반전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이야기도 도덕적 원칙을 선명하게 예증해주는 이야기도 아니었다. 어떤 불일치와 모순, 불확실성을 드러내는 이야기, 그리하여 의문과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 나의 지식과 세계상의 불완전성을 드러내고 해결되어야 할 문제를 의식하게 해주는 이야기가 우선적으로 나의 마음을 끌었다.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의 마음에 창(窓을 내서 거짓말을 하지 못하게 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모모스는 ‘왜 인간의 마음은 보이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가능하게 했고, 사자에게서 달아나다가 아름다운 뿔이 나뭇가지에 걸려 죽게 된 사슴 이야기는 과연 아름다움과 삶의 필요(유용성가 상충 관계에 있는 가치인지를 묻게 했다. 질문이 생겼을 때 우리는 비로소 새로운 인식으로 가는 길을 발견한다. (9~10쪽
창피함은 일종의 부끄러움이다. 그래서 창피함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우선 ‘부끄러움’의 감정을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