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아저씨가 무섭게 화내는 날이 많아진다
어느덧 아저씨가 고슴이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을 무렵, 아저씨는 이제 수확철이라 바쁘다며 보기 어려울 거라고 한다. 아저씨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고슴이는 주저없이 농사일을 돕기 시작한다. 힘은 들어도 아저씨와 함께 하는 일은 뭐든 신나고, 아저씨도 무척 기뻐하니까. 그렇게 행복한 시간만 이어질 줄 알았는데, 언제부터인가 아저씨가 무섭게 화내는 날이 많아진다. 그럴 때마다 고슴이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몰라 괴롭지만, 무조건 싹싹 빈다. 그래야 다시 자상한 아저씨로 돌아오니까. 그런 일이 자꾸만 되풀이된다. 종잡을 수 없는 아저씨의 태도에 고슴이는 혼란스럽다. 그저 아저씨를 화나게 하지 않으려고 애쓸 뿐이다….
달콤하지만 위험한 친절, 그루밍범죄를 다룬 그림책
『곱슬도치 아저씨의 달콤한 친절』은 이제는 더 이상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된 ‘그루밍범죄’를 이야기하는 그림책이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해 호감을 얻고 친밀 관계를 쌓은 뒤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감정 폭력인 그루밍범죄는, 특히 이 책의 주인공 고슴이와 같은 아동·청소년이나 사회 초년생 피해자가 많다. 가해자는 환경적·정서적으로 취약한 대상을 물색해 범죄를 저지르고, 피해자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 결정권을 잃게 된다.
이 책을 쓰고 그린 오이어 작가는 과거 그루밍범죄를 경험한 피해자로서, 그 심각성과 특징을 사회에 알리고자 이 그림책을 만들었다. 주제가 주제인 만큼 어린이 독자 대상의 그림책으로 만드는 일은 쉽지 않았다. 뭉뚱그려 말하면 그 위험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고, 자칫하면 ‘네 이웃을 의심하라’는 메시지로 잘못 전달될 수 있어서다. 세 차례나 완성본을 뒤집어엎은 끝에, 작가는 사랑과 관심으로 포장된 비뚤어진 관계와 거기서 벗어나는 힘겨운 과정을 피해자인 고슴이의 시선으로 생생하게 그려 냈다. 가해자가 어떻게 피해자를 찾고 교묘하게 길들이는지, 피해자는 왜 가해자에게서 옴짝달싹 못하는지, 그 복잡한 감정과 불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