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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피에로 우첼로 (양장
저자 류지연
출판사 고래뱃속(아지북스
출판일 2023-01-02
정가 16,000원
ISBN 9791190747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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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 줄 위에 걸린 위태로운 마음

우첼로는 공중 곡예를 하는 피에로입니다. 서커스단에서 가장 사랑받는 곡예사인 우첼로가 무대에 설 때마다, 관중들은 환호를 아끼지 않습니다. 우첼로는 그런 사람들의 시선에 맞추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지요. 시선들에 붙잡힌 우첼로의 마음은 아슬아슬한 줄 위에 선 작은 발만큼이나 위태롭기 그지없습니다. 결국, 무대가 끝나고 난 뒤 우첼로에게 남는 건 깊고 깊은 외로움뿐입니다.
하지만 우첼로의 마음을 위태롭게 만드는 건 비단 사람들의 시선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무대가 끝나고 난 뒤, 잠깐의 적막이 지나고 나면 어디선가 소곤소곤 들려오는 사람들의 말소리. 들릴 듯 말 듯한 작은 속삭임에 자꾸만 불안하게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얇게 서린 칼끝이 심장을 깊숙이 찔러 오는 것만 같습니다. 누구보다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지만 왜인지 그럴수록 두려움과 외로움만 자꾸 커져 가고, 복잡하게 피어오르는 감정의 고리들은 엉킨 실타래가 되어 우첼로를 서서히 옥죄어 옵니다. 줄 위에서 가장 자유로워야 할 우첼로의 몸은 점점 균형과 무중력을 잃어 가고, 그렇게 우첼로의 시간은 멈추어 버리고 맙니다.

잃어버린 시간 속에서, 오직 나만이 열 수 있는 문을 마주하다

시간을 잃어버린 꿈속에서, 우첼로는 거울을 마주합니다. 거울 안에는 댕겅, 커다란 눈동자 하나만이 우첼로를 마주 보고 있습니다. 우첼로의 머리 위에 달린 것과 꼭 닮았지만 왜인지 시커멓게 타 버린 깃털을 단 채로요. 그런데 그 뒤로, 새하얀 깃털이 흩날리는 첫눈처럼 어른거립니다. 그 모습이 꼭 잊어버린 꿈처럼 선명하고 돌아가고 싶은 고향처럼 애틋합니다. 우첼로는 마법에 홀린 것처럼 그 깃털을 따라 거울 속으로 들어갑니다. 깃털이 이끄는 대로 어둠 속의 통로를 따라 한참을 내려가니, 그 끝에는 굳게 닫힌 문 하나가 있습니다. 우첼로는 마치 그래야 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던 사람처럼, 꽁꽁 잠긴 자물쇠 위에 손을 얹습니다. 자물쇠는 오직 우첼로를 위해 만들어진 물건인 듯 그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