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의 죽음이 바꾼
한국 정치사
오늘날 한국 정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없이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으로 가득하다. 앞서 수십 년을 관통했던 집단 트라우마를 낳은 한국전쟁(1950과 광주민주화운동(1980에 버금갈 정도로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서 비롯된 ‘노무현 트라우마’는 사람들의 의식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 패배로 무너졌던 민주당이 2010년 지방선거, 2012년 총선에서 재기하고, 정치와 거리가 멀었던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끌어올린 원동력도 바로 ‘노무현 트라우마’의 힘이었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보수 정권을 끌어내리고, 노무현의 정치적 후계자였던 문재인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트라우마는 치유될 것 같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전반기 슬로건은 ‘적폐 청산’이었고, 2018년 이명박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을 강제한 정서는 ‘인과응보’였다. 노무현 트라우마는 노무현의 후계자들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표출되기도 했다. 2019년 조국 법무부 장관의 거취를 둘러싸고 점화된 ‘조국 수호’ 집회는 “또 하나의 노무현을 잃을 수 없다”는 집단 감정에 불을 붙였다. 이후 “지키자, 노무현”이라는 구호는 역설적으로 정권 교체의 아이콘 윤석열을 불러내 문재인 정부 후반기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결국 정권은 5년 만에 다시 교체돼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만다.
‘지못미’ 노무현,
그리고 문재인의 운명과 윤석열
1부 〈‘지못미’ 노무현〉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모욕주기와 그의 죽음, 그리고 문재인의 정치적 부상과 박근혜 탄핵까지의 과정을 다룬다. 이를 통해 ‘노무현 트라우마’가 어떻게 탄생하게 된 것인지에 대해 살펴본다.
노무현 정부는 검찰을 중심에 놓고 권력기관 개편을 시도한 첫 정부였다. 대통령을 직선제로 뽑는 시대가 되자 국정원과 경찰의 힘이 빠지고 기소권을 가진 검찰에 칼자루가 쥐어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