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늘 함께였지만, 다시 만나지 않아도 괜찮아
세상에는 많은 장갑 그림책이 있습니다. 장갑처럼 둘씩 짝지어 사용할 수밖에 없는 물건도, 그 물건에 대한 그림책도 많지요. 책들 속 많은 주인공은 짝꿍을 잃어버리거나 헤어지게 되어, 짝꿍을 찾기 위해 노력해 다시 만나곤 합니다.
이 책 속 빨간 장갑들도 비슷합니다. 언제나 꼬마의 손을 함께 따뜻하고 폭신하게 만들어주며 늘 함께, 나란히 지내왔지요. 그러던 어느 날, 꼬마가 오른쪽 장갑을 잃어버려 장갑들은 헤어집니다. 여전히 꼬마의 손을 따뜻하고 푹신하게 만들어주는 왼쪽 장갑, 그리고 동물들이 주워가 다양한 모습,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오른쪽 장갑. 두 장갑은 서로가 잘 지내고 있을지 걱정하지만, 서로를 찾아 나서지는 않습니다. 주인 꼬마도 열심히 찾아보지만, 어쩔 수 없이 포기하지요. 결말에서도 서로 짝꿍이었던 오른쪽 장갑과 왼쪽 장갑은 따로따로 각자의 주인 옆에서 지내게 됩니다.
<그 소문 들었어?>의 하야시 기린 작가는 짝꿍이었던 두 장갑이 다시 짝꿍이 되지 못한 채 끝나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기존의 책들과는 결이 다른, 하야시 기린 작가만의 이야기지요. 그럼에도 <빨간 장갑>은 마냥 쓸쓸하거나 슬프게 끝나지는 않습니다. 이 이야기는 행복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지요.
● 많은 게 바뀔지라도 행복은 찾을 수 있어
꼬마의 손을 폭신하고 따뜻하게 해주던 빨간 장갑들. 서로가 헤어지고 나서도 빨간 장갑들은 자신의 할 일을 합니다. 누군가를 폭신하고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일이지요. 왼쪽 장갑은 여전히 꼬마의 손을 따뜻하게 감싸고. 오른쪽 장갑은 찻주전자 덮개, 모자, 침낭, 스웨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다양하게 쓰입니다.
어쩌면, <빨간 장갑>은 오른쪽 장갑이 속상하거나 슬픈 일을 극복하는 이야기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주인 꼬마를 잃어버렸고, 외형도 너무나 많이 바뀌었고, 사이좋은 왼쪽 장갑과도 떨어지게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오른쪽 장갑은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