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기생충학박사, 아빠는 천문학박사
나는 떡볶이를 좋아하는, 그냥 지구인 천승주!
혹시……, 이런 제가 부끄러우신가요?
엄마와 아빠가 과학자라면 식탁에서 어떤 대화가 오갈까요? 주인공 승주네 집 식사 시간은 이렇습니다. 엄마는 스스로 실험 대상이 되겠다며 기생충 샌드위치를 맛보고, 아빠는 된장찌개와 마그마의 온도차를 이야기하시지요. 승주의 생일은 4월 21일입니다. 바로 ‘과학의 날’에 태어난 거예요. 부모님은 이런 승주가 위대한 과학자로 자라날 거라고 믿으십니다. 하지만 승주는 누구보다 자신을 잘 알고 있습니다. 과학 영재는 아니지만, 별 보는 것을 좋아하고 친구와 수다 떠는 시간을 가장 행복해하며 떡볶이라면 자다가도 눈이 번쩍 뜨이는 평범한 십 대 아이라는 것을요. 놀림을 당하면 주먹을 먼저 날리지만, 소중한 친구를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려갈 줄 아는 자랑스러운 지구인이라는 것을 말이에요.
“구해줘 숙주!”
나이 50만 살, 평범한 기생충과는 차원이 다른 제로!
새 집을 찾아 지구까지 왔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제로! 도하와 승주는 제로의 도움을 받아 ‘전국 과학 만만세 대회’ 예선을 통과합니다. 자축 파티를 즐기며 셋의 우정도 확인하지요. 하지만 승주가 언제까지나 기생 생물인 제로와 함께 살 수는 없습니다. 결국 승주는 부모님께 모든 것을 털어놓습니다. 엄마의 처방을 따르기로 결심한 승주! 하지만 막상 몸에서 제로를 내보내고 나자 후회와 걱정이 밀려듭니다. 기생충 연구소에서 외로움과 두려움에 떨고 있을 제로를 생각하며, 승주는 달리기 시작합니다. 한편, 제로는 작은 페트리 샬레 위에서 생사를 오가는 중인데요. 50만 년 동안 숙주를 바꿔가며 구박만 받고 살았다고 해서 죽음이 반가울까요? 이제 와서 새로운 집을 찾으러 떠나야 할까요? 제로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요? 아직 열두 살인 승주와 도하는 제로의 마음을 알 수가 없습니다. 사실 열두 살은 자신의 마음도 제대로 알 수 없는 나이랍니다.
숙주인간 천승주,
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