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이란 무엇인가? 빌 클린턴은 사실을 말했지만 거짓말을 했다.
1998년 당시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은 백악관 인턴이었던 모니카 르윈스키와 부적절한 관계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부적절한 관계는 없다.”고 답했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이 말은 사실이었다. 클린턴이 이 대답을 한 시점에는 그와 르윈스키 사이에 더는 부적절한 관계가 없었기 때문이다. (… 그러자 기자가 대놓고 물었다. “과거에 이 여성과 어떠한 성관계도 갖지 않았나요?” 클린턴이 다시 대답했다. “성적 관계는 없다. 그건 정확한 사실이다.” 클린턴은 과거의 행동을 특정해서 묻는 질문들에 꿋꿋이 현재 시제로 대답하는 전략을 썼다. 그의 답변은 문자 그대로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진술의 목적은 본인도 허위임을 아는 내용을 대중에게 사실로 믿게 하려는 것이었다. 이런 점에서 그의 진술은 거짓말로 보는 것이 맞다.
- ‘1장. 거짓말이란 무엇인가’에서
‘거짓말이란 무엇일까?’ 거짓말은 진실하지 않은 말일까? 빌 클린턴은 단지 그렇게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짓말의 반대 개념은 진실(truth이 아니라 진실성(truthfulness이다. 바꿔 말하면 이렇다. 내가 거짓말하는지 여부는 내 말이 참인지 거짓인지에 달려 있지 않다. 내가 내 말을 참으로 믿는지 거짓으로 믿는지에 달려 있다. 왜 그럴까? 진실이지만 거짓말인 경우도 있으니까.
내가 총리와 제1야당 당대표가 바람을 피운다고 말한다 치자. 나는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그것을 사실로 믿기를 바란다. 이 경우 설사 훗날 두 사람이 (… 실제로 불륜 관계였음을 밝힌다 해도, 그날의 내 말은 여전히 거짓말이다. 이때의 거짓말은 ‘진실한 거짓말’인 셈이다. - ‘1장. 거짓말이란 무엇인가’에서
저자 라르스 스벤젠은 언뜻 생각하기에 당연해 보이는 ‘진실 혹은 거짓’이란 이분법의 오류를 충분한 이론과 다양한 예시를 들어 부숴 나간다. ‘거짓말이란 무엇인가?’란 물음에서 시작해 진실성이 없는 여러 현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