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와 ‘뫼비우스 띠’
: 이원론과 일원론, 그 모든 한계를 넘어
엘리자베스 그로스는 남근중심주의의 극복을 위해 여성 또는 남성의 몸의 근본적이고도 환원 불가능한 특수성, 즉 성차화된 몸의 특수성을 고려한 몸 이론을 추구한다. 그에 의하면 몸은 문화-외부와 무관한 유전적-생물학적인 것도 아니고, 전적으로 문화-외부의 각인 또는 코드화의 결과로 성차화된 것도 아니다. 한마디로 몸은 각인에 영향을 주는 특수성을 가진 재료이며, 문화는 그런 특수성을 가진, 성차화된 몸에 각인되는 텍스트이다. 따라서 그동안 남근중심주의 이론이 전제한 남성의 위치, 성차를 초월한 위치는 남성의 환상이자 교만이며 사치일 따름이다. 결국 그로스의 주장은 여성 또는 남성의 몸의 특수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여성의 관점’을 탐구하는 것이야말로, 다시 말해 성차화된 몸을 탐구하는 것이야말로 남성중심주의, 남근중심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이다(물론 그로스 스스로가 분명히 밝히고 있듯이 그것이 “페미니즘적인 이론틀을 대표한다”는 것은 아니다.
나는 무엇보다도 몸들의 환원 불가능한 특수성 가운데서 남성의 몸과 여성의 몸에 관해 질문하도록 해주는 이론틀을 제공하고 싶다. (… 남성이든, 여성이든, 그 밖의 어떤 성이든 간에, 하나의 성은 오직 성적으로 특수한 몸의 문화적 의미화 작용에 따라서(그리고 바라건대 그것을 넘어서서 경험하고 살아갈 뿐이다. 성차의 문제틀은 어느 정도 성별 사이의 간극을, 간격을 메우려는 지식의 실패를 수반한다. 각 성에게는 다른 성에 관해 포착할 수 없는 어떤 것, 외부적이고 예측할 수 없고 수용할 수 없는 어떤 것이 남아 있다. 최선의 상황일 경우 이 환원 불가능한 차이는 경외감과 놀라움을 불러일으킨다. 보다 덜 우호적인 상황일 경우 그것은 공포, 두려움, 투쟁, 저항을 표출한다. 이 차이를 존중할 때, 그것은 거리, 분리, 간격을 암시한다. 그것은 각 성이 삼켜지거나 압도되지 않고 다른 성과 관계 맺는 것을 포함한다. (… 이 치유할 수 없는 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