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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루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아이였다. ‘꾹 참기’ 수업에서 A+를 받은 덕분에 또래 아이들보다 1년 일찍 ‘품질 확인서’를 손에 쥐고 자못 번듯한 가정에 팔렸다.
번듯한 가정은 반듯한 아이를 원했다. 예의 바르고, 고분고분하고, 깔끔하고, 귀엽고, 똑똑한……. 한마디로, 검증된 아이들만 사 갔다. 학교들은 앞다투어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한 뒤, 아이들을 오랜 기간 숙련시켰다. 최대한 틀에 박힌 모습을 갖추어야 했다. 하나같이 튼튼하고, 말 잘 듣고, 싹싹하고, 똑똑한 아이로 만들어 시장에 비싼 값으로 내놓았다.
(중략
숨루 아빠는 근무 태만 부서의 부장인데, 곧 임원으로 승진하리라는 기대를 한가득 품고 있었다. 임원들은 걸핏하면 회의를 소집하고, 일은 하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점심시간이 되면 그저 둘째 아이를 자랑하느라 바빴다.
어쨌거나 그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아이 하나가 급히 필요했다. 아빠는 승진 축하 파티에서 손님들을 깜짝 놀라게 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다른 부서의 부장들이 모두 부러워할 만큼 멋지고 훌륭한 신상 아이를 사서 소개하는 것!
-8~9쪽에서
숨루가 웃음을 참느라 애를 쓰는 동안, 아빠는 그 아이의 주위를 빙빙 돌기 시작했다. 눈과 코, 귀, 팔다리 등을 차례로 훑으며 아이의 상태가 괜찮은지 꼼꼼하게 살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샅샅이 살펴보고 나서야 아이의 이름을 물었다.
“피랏입니다, 손님.”
“나이는?”
“11세 6개월입니다.”
‘나보다 한 살 더 많네?’
숨루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출신 학교는?”
아빠가 묻자 다시 ‘뿌웅’ 소리가 들렸다. 점원이 큰 소리로 재빨리 대답했다.
“뿌우리 깊은 사립 학교를 나왔습니다.”
아빠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코를 벅벅 긁어 댔다. 그런 학교는 난생처음 듣는 데다가 왠지 모르게 구린내도 나는 듯했기 때문이다.
“뿌우리 깊은 사립 학교를 졸업한 다이아몬드처럼 완벽하고 영특한 아이예요! 게다가 가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