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포지토가 ‘커뮤니티’ 개념을 탈-구축하며 제시하는 전제는 문자 그대로 파격적이다. 우리가 흔히 공동체의 특징으로 간주하는 요소들, 예를 들어 ‘민족’ 공동체, ‘문화’ 공동체 같은 표현 속에 함축되어 있는 요소들은 공통점이라기보다는 공동체 ‘고유의’, ‘유일한’, ‘특이한’ 특징들이다. 저자에 따르면 공동체는 오히려 이러한 공통점이 조금도 없을 때에만 성립된다. 정확하게는 모든 구성원의 동일한 차이점을 기반으로 구축되는 것이 공동체다. 동일한 의무사항, 동일한 한계, 동일한 모순, 동일한 병을 - 이에서 벗어나기 위해, 좀 더 정확하게는 이에 대한 면역을 꾀하면서 - 구심점으로 모이는 것이 공동체다.
「코무니타스」는 「임무니타스」와 「비오스」를 포함하는 삼부작의 첫 번째 저서다. 공동체에 관한 기존의 해석적 관점들을 남김없이 해체하고 공동체의 근원적인 의미를 복원한 정치철학자 에스포지토의 혁신적인 탈구축 작업에서 어느 때보다도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은 공동체가 ‘나’와 ‘우리’의 고국도, 어떤 유형의 소유물도, 무언가로 꽉 채워졌거나 채워야 할 공간도, 지켜야 할 영토나 자산도 아니며 오히려 허무에, 선사의 의무에, ‘타자들’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에스포지토는 홉스, 루소, 칸트, 하이데거, 바타유의 공동체 개념을 해부하고 공동체를 설명하는 정치철학적인 어휘의 허점들을 도려내며 대대적인 수술을 감행한 뒤 어떤 수식어로도 쉽게 설명되지 않는 순수한 역학적 원리로서의 ‘함께’라는 인간 공동체의 심장을 근원적인 형태로 소생시킨다. 이 고귀한 심장은 순수한 관계의 차원을 뛰어넘어 개개인의 참여를 조건으로, 동시에 개개인의 생존 조건으로 박동한다. 참여의 궁극적인 목적이 고귀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역동성을 에스포지토는 공동체의 어원적 의미에서 발견한다. 공동체를 뜻하는 라틴어 코무니타스는 ‘함께’를 뜻하는 ‘쿰cum’과 ‘선사의 의무’를 뜻하는 ‘무누스munus’의 합성어다. 이는 곧 공동체가 본질적으로는 타자에 대한 근원적인 의무 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