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못 할 고민이 있나요?
수상한 보건실로 어서 오세요!
새로 부임해 온 보건 담당 아야노 선생님은 지나칠 정도로 깍듯하고 친절하다. 학년도 성별도 제각각인 아이들은 저마다 고민을 안고 보건실을 찾아온다. 춤 잘 추는 소꿉친구를 시샘하다가 손바닥에 시샘 따개비가 돋은 가나, 친구들에게 무방비한 얼굴을 들키기 싫어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에리, 엇박자로 움직이던 메트로놈이 똑같이 맞춰지는 공명 실험 영상을 보고 공포에 질린 소헤이, 재해를 입고 전학한 뒤에 반 아이들의 동정 어린 시선을 참아내다 분노가 폭발한 나호, 착각과 거짓말로 꼬여 버린 애정 문제 때문에 배탈이 난 다이치까지. 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하는지, 아야노 선생님은 고민이 무엇인지 미리 알아채고 그에 맞는 ‘아야노 특제 아이템’을 내놓는다. 효과 만점 해결책일까, 아픈 마음을 홀리는 함정일까. 보건실에 감도는 수상한 기운과 기상천외한 마법의 물건들에 숨어 있는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섬세한 심리 묘사와 강렬한 일러스트로
어린이들의 진짜 마음에 바짝 다가간 판타지
사람이 아닌 존재로 짐작되는 선생님과 심상찮은 이름의 마법 아이템들이 등장하지만, 《수상한 보건실》은 상당히 현실에 밀착한 이야기이다. 작가는 사춘기에 막 들어선 어린이들의 고민, 말로 표현하기 어렵고 곧잘 몸의 통증으로 발현하는 마음의 문제들을 상당히 예리하게 파고든다. 친구를 시샘하는 마음 안에 숨은 열정을 지나치지 않고, 또래 압력에 차마 맞서지 못해도 왜라는 질문을 멈추지 않는 예민한 더듬이를 포착하며, 차별적인 동정심을 거부하고 불쌍한 아이가 될 바에야 짜증쟁이가 되려는 마음을 헤아린다. “어린이들의 감정과 심리를 섬세하고 능숙하게 다룬 책”이라고 현지 독자들이 입을 모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편 《수상한 보건실》은 예사롭지 않은 형광 색감의 표지와 연출이 대담한 삽화로 눈길을 붙든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로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등 해외에서도 인기를 누리는 일러스트레이터 히즈기(HIZGI의 솜씨다.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