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되는 건 시간이 흐른다고 자연스레 이뤄지는 일은 아닐 것이다. 저마다 사건 사고를 겪으며 청소년은 자신만의 성인식을 치르고 비로소 어른이 된다. 「졸업해도 되나요」에는 각자의 방식으로 청소년기를 지나 세상에 나온 작가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신미나, 송희지, 안미옥, 정유한, 임국영, 이현석, 구달, 권누리의 산문이 엮였다.
신미나 시인은 실업계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을 회상한다. 친구들이 자격증을 따며 취업에 열을 올리던 때, 시인은 취업에 뜻이 생기지 않자 부모님 몰래 수능을 치른다. 수능 날, 비로소 자신의 소녀 시대가 끝이 났음을 느꼈다고 시인은 말한다.
송희지 시인은 학교 밖 청소년으로 지내다 참석한 누나의 졸업식에서 느낀 감정을 전한다. 학교에 다녔다면 어땠을까 잠시 상상하지만 이내 자신의 선택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며, 써 두고 발표하지 않은 자신의 시 「졸업」을 다시금 읽는다.
안미옥 시인은 어느 가수의 팬이었던 자신의 청소년 시절을 털어놓는다. 친구들과 누군가를 함께 좋아하는 즐거움으로 충만했던 일들, 시를 가르쳐 준 것은 물론, 대학 진학까지 도움을 주셨던 선생님과의 인연을 들며 이들과의 인연으로 조금 더 씩씩해졌다고 말한다.
소설가 정유한은 그에게 잘해 주었던 학교 선배와의 추억을 회고한다. 좋아하는 마음은 거절했지만 그럼에도 자신에게 다정함을 잃지 않았던 선배 덕분에 청소년 시절을 무사히 졸업해 자신을 존중하는 사람들을 만나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소설가 임국영은 히치하이킹으로 등하교를 했던, 특이한 경험을 돌아본다. 친구를 사귀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랐던 작가는 마치 히치하이킹처럼 우연히, 친구가 좋아하던 애니메이션에 알은체를 하며 친해진 시절을 회상한다. 어긋난 길로 접어든 히치하이커처럼, 작가는 삶이 좀처럼 의지대로 풀리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어른이 되었지만, 언젠가는 목적지로 가겠다는 다짐을 멈추지 않는다.
소설가 이현석은 학창 시절을 졸업한 건 ‘정답을 구하는 일’로부터의 졸업이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