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아저씨
사고로 휠체어를 타게 된 다음부터, 아슬란 아저씨는 창문을 통해서만 바깥세상을 봅니다.
불행해서가 아니라 밖으로 나갈 용기가 없기 때문이에요.
아저씨는 아무도 만나지 않고 아무에게도 보여 주지 않는 나날을 보냅니다.
남몰래 창밖을 내다보며 엄마 손을 잡고 지나가는 작디작은 손에 눈물짓고, 축축한 강아지 코와 고양이 꼬리를 반가워해요. 그리고 반짝이는 구두가, 빨간 끈 달린 부츠가 어딘가에서 보낼 하루를 상상하죠.
함박눈과 웃음, 그리고 멋진 만남
그러던 어느 날, 하루 종일 함박눈이 내려 창문 절반을 가립니다.
아저씨는 창문 너머로 어른거리는 그림자를 보는 대신, 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작고 높은 웃음소리, 신나는 손뼉소리, 뽀드득뽀드득 눈소리…
당장이라도 놀이터로 나오라고 손짓하는 소리죠. 그런데 그때,
퍽! 퍽! 퍽!
눈뭉치가 창문에 맺혔다가 흘러내리면서, 다시 창밖 풍경이 보입니다.
눈뭉치와 웃음을 동시에 던지는 아이들!
그리고 새하얀 눈 위에 올려놓은 새빨간 딸기 같은 작은 소녀가 보여요.
그런데 소녀의 눈은 슬픔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눈싸움에 끼워 주지 않기 때문이겠죠?
창문 밖 세상으로 한걸음!
‘정말 작은 아이네…’
뺨에 미소가 어리는 순간, 아저씨는 문득 깨닫습니다. 소녀가 서 있지 않다는 사실을요.
아저씨처럼 소녀의 발은 휠체어 발판에 올려져 있습니다.
아저씨는 우주 속 먼지만큼 작아집니다. 머릿속에는 오랫동안 외면하고 있던 질문이 떠올라요. ‘창문 뒤에 숨어 누구로부터 도망치고 있어?’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시간이 지나면 소녀도 나처럼 창문 뒤에 숨게 될까?’ ‘세상 밖에 삶의 가장자리에 머무르게 될까?’ … ‘아니, 저 아이는 밖에, 세상 속에 있어야 해. 거리에, 공원에, 놀이터에…’
아저씨는 용기를 냅니다.
슬리퍼를 벗고 언제 마지막으로 신었는지 기억조차 희미한 부츠를 신고,
창문 밖 세상 속으로 마침내 한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