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머리에 || 1장 놀이와 문인문화: 동양 문인들의 인문기물人文器物 | 2장 시詩와 문인문화: 「시경」이 주는 메시지 | 3장 예禮와 문인문화: 예와 인간됨의 전제조건 | 4장 효도孝道와 문인문화: 인간과 짐승의 차이 | 5장 초상화와 문인문화: 조상숭배의 종교성 | 6장 정자亭子와 문인문화: ‘머무는 삶’이 주는 지혜 | 7장 신선神仙과 문인문화: 신선처럼 사는 삶 | 8장 바다와 문인문화: 도道와 성인聖人의 상징 | 9장 서화書畵와 문인문화: 서화동원론書畵同源論 | 10장 도자기와 문인문화: ‘마음의 도자기’(心磁 | 11장 ‘금琴’과 문인문화: 서상영徐上瀛 「계산금황谿山琴況」 | 12장 다茶와 문인문화: 마가선馬嘉善 「이십사다품二十四茶品」 | 13장 여성과 신화: 절대미인 ‘서왕모西王母’ | 14장 AI시대와 풍수, 명리, 한의학의 미래 모색 || 나오는 말
동양 문인들의 삶에 깃든 예술성과 철학 읽기
산수공간에 집을 짓고 살면서 아침이면 느긋하게 일어나 책을 읽는다. 그러다가 다茶 한 잔 마시고, 이번엔 서화에 탐닉한다. 지루해지면 밖으로 산보를 나가는데, 만약 근처에 강이나 호수가 있다면 낚시를 가거나 배를 타고 즐긴다. 이러한 다양한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밤이 되면 ‘음풍농월吟風弄月’을 통한 쇄락灑落한 즐거움을 누린다. 이럭저럭 세속적인 것에 거리를 둔 소요자재逍遙自在한 한가로운 하루가 간다.
관료적인 삶과 은일적인 삶, 경외적인 삶과 쇄락적인 삶의 경계에서 살았던 동양의 문인들은 이와 같은 삶을 동경하였고, 시간이 흐를수록 강호에 몸을 맡기며 우아하고 한가로운 삶을 보내는 다양한 은자와 은일적 삶이 나타났다. 그러나 은일을 꿈꾸지만 현실의 여러 이유 때문에 실천하지 못하는 자도 많았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방법은 있었다. 바로 인경人境에 살지만 궁벽한 공간에 사는 것처럼 조용하고 한가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도연명陶淵明의 ‘심원心遠’ 추구의 삶이 그것이다. 속세에 있으면서도 스스로 은둔자로 살고자 하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이렇듯 유가적 현실을 떠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은일 지향을 추구한 삶은 이른바 ‘유가와 도가의 상호 보완적인 삶’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삶은 학문, 특히 문예 차원에서 많은 성과를 이루어 내었는데, 문인들은 기교 습득에 많은 시간이 요구되는 서예와 회화 및 금琴 등에 대해 시간을 투자할 수 있었고, 이에 다양한 예술 장르에 탁월한 장기를 획득할 수 있었다.
문인들의 이러한 삶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바로 ‘우아함’(雅에 대한 숭상과 추구였다. 다시 말하면 문인들의 이 같은 예술창작적 정신과 의식 속에는 문인 자신들이 일반인들과는 다르다는 이른바 ‘구별짓기’(distinction 사유가 담겨 있다.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다茶 마시는 일은 별일이 아니었지만 문인들은 다를 한 잔 마셔도 일반인들과 차별화를 시도하였다. 또 회화에서는 화원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