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독자들에게
등장인물 소개
들어가며
1. 서아프리카, 그리고 라이베리아라는 나라
2. 부두부람 난민 캠프, 20년 된 ‘임시’ 피난처
3. 난민 캠프에도 돈은 돈다
4. 선진국이라는 유토피아를 향한 열망
5. 착한 난민, 나쁜 난민이 따로 있나요
6. 난민의 정치 활동은 불법?
7. 그들에게 ‘나오’라고 불리기까지
8. 본국 귀환의 딜레마
9. 연구자로서, 그리고 이웃으로서
글을 마치며
인터넷 카페, 난민 캠프에서 성공하는 창업 아이템?
-난민 캠프의 경제 생태계
하지만 그저 아프리카의 한 도시 같아 보이는 이곳에 사는 이들에게 한 가지 없는 게 있다. 바로 국가가 보증하는 ‘신분’이다. UNHCR과 가나 난민국(GRB에서 발급하는 난민등록카드가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정규 노동 시장에 진입할 수도, 은행 계좌를 개설할 수도 없다. 정규 노동 시장에 진입할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은 생계를 위해 일용직을 전전하거나 자영업을 하는 수밖에 없다. 자영업의 경우에도, 난민들은 은행 거래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대출을 통해 사업 자금을 마련할 길은 막혀 있다.
잠깐, 그런데 어떻게 인터넷 카페 등을 창업하는 게 가능했냐고? 이 지점에서 부두부람 난민 캠프 경제 생태계의 핵심 키워드가 등장한다. 바로 ‘해외 송금’이다. 선진국에 이주하여 자리를 잡은 가족이 있거나 해외에 개인 후원자가 있는 경우, 이들은 해외에서 송금 받은 돈으로 캠프 내에서 사업을 하기도 하고, 꼭 무슨 일을 하지 않더라도 이 돈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해 나간다. 자연스레 해외 송금을 받는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 사이에 빈부 격차도 생겨난다.
부두부람 난민 캠프 안에서 인터넷 카페가 성황인 이유도 이와 밀접한 상관이 있다. 인터넷을 통해 선진국에 있는 누군가를 스폰서로 둘 수 있다면, 그리고 더 나아가 그들을 통해 선진국으로 이주할 수 있다면, 이들은 지금보다 한결 나은 삶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난민들이 인터넷 카페 앞에서 줄지어 있는 장면이 누군가에는 매우 어색하고 ‘난민답지 않은’ 모습처럼 느껴질 수 있겠지만, 이들에게 인터넷 네트워킹 서비스에 접속하는 행위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경제 활동’이다.
난민들은 국제 원조로 지내는 거 아니었어?
-빙산 아래 진짜 난민들의 모습
이쯤해서 또 하나의 의문이 생긴다. 난민 캠프라면 UNHCR을 비롯한 국제기구를 통해 지원을 받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왜 다들 스스로 생계 문제를 해결하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