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정말 미련하게 시간을 버리는 일인가?
다른 활동에 비해 게임은 부차적으로 보인다. 온 신경을 집중해서 몇 시간이고 애를 쓰면서 한다는 것이 고작 누군가 고안한 조작된 활동에서 서로를 이겨 먹는 일이다. 가령 어떤 비디오게임은 조그만 버섯 인간들 위로 뛰어올라 사정없이 짓밟으라 지시한다. 그러면 우리는 곧 누구보다도 빨리, 더 많이 짓밟기 위해 그 일에 몰두한다. 그 시간에 좀 더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전시회를 가거나, 음악을 듣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이는 게임 고유의 동기 구조를 간과한 데서 오는 오해이다. 우리가 게임 고유의 본질을 이해한다면, 미술이나 음악 못지않게 게임 역시 우리 삶에 도움이 되는 예술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저자가 이 책에서 다루는 게임의 범위와 종류는 폭넓다. 컴퓨터게임, 팀 스포츠, 단독 스포츠, 보드게임, 카드 게임, 파티 게임, 테이블탑 롤플레잉 게임, 행위 기반 롤플레잉 게임 등에 대한 여러 심층 사례를 포함한다. 그러나 모든 종류의 게임 플레이를 포괄하지는 않는다. 게임이 행위성의 예술이자 사회적 예술임을 밝히는 데 핵심인 플레이, 즉 ‘미적인 분투형 플레이’를 집중해서 다룬다. ‘분투형’ 플레이란, 간단히 말해서 게임을 하는 진짜 목적이 승리가 아닌 게임을 하는 과정 자체에 있는 플레이를 말한다. 예를 들어 마피아 게임을 할 때 우리의 진짜 목적은 여럿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게임이 즐겁기 위해서는, 승리라는 일시적 목표를 진심으로 추구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트위스터」 게임에서 가장 큰 즐거움은 모두가 균형을 잃고 와르르 무너지는 ‘실패’에 있지만, 그 원하는 실패의 경험을 위해서는 플레이어가 전력으로 ‘성공’을 추구해야 한다.
게임이 예술이라 주장하는 그동안의 논의는 주로 다른 종류의 예술이 줄 수 있는 미적, 예술적 가치를 게임도 줄 수 있음을 입증하는 데 주력해 왔다. 저자의 접근법은 다르다. 게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