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의 특별한 이야기, 들어 보실래요?
부엌에서 가만히 누워만 있던 달걀이 어느 날 눈을 뜬다. ‘나는 왜 누워만 있었던 걸까?’ 처음으로 생각한 달걀은 일어나 깡충깡충 뛰기도 하고, 빙글 돌아보기도 한다. 다른 달걀 친구를 깨워 기쁨을 나눠 보려 하지만 데굴데굴 구르더니 금이 가 버린다. 달걀은 결국 부드러운 마시멜로에게로 다가가 친구가 되고, 둘은 부엌 밖 세상으로 산책을 떠나 보기로 한다. 달걀과 마시멜로는 산책길에서 누구를 만나고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알고 있어요? 생각하는 것을 말로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에게 거의 전해지지 않아요. 이걸 마시멜로가 가르쳐 주었어요.”
- 본문 중에서
이 책은 총 3부작으로 나뉜 옴니버스 구성으로, 목차가 있다. 또 판형이 동화책처럼 작고 글밥이 많아 그림책과 이야기책 특징을 둘 다 띠고 있어 색다르다. 달걀과 마시멜로가 처음 친구가 된 날, 산책길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며 벌어지는 소동, 또 견과류들의 싸움을 중재하며 고민하는 이야기를 담은 세 가지 에피소드는 웃음을 자아내고, 어딘가 깨달음을 주는 캐릭터들의 대사와 행동에는 삶에 대한 은유와 풍자가 담겨 있다. 작가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달걀의 한마디를 통해 어린아이들이 ‘시원한 해방감’을 느끼길 바랐다고 한다. 이제 막 눈을 떠 자기만의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순수함, 하지만 자신이 순수하다는 자각이 없는 달걀은 아이들과도 닮았다.
또 작가는 마시멜로를 친구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 마시멜로의 재료에 ‘달걀흰자’가 들어가는데, 형태는 다르지만 같은 부분이 있으니 두 친구가 가끔씩 마음이 맞지 않을까 하는 재미있는 발상에서 시작되었다고 밝혔다. 그런 만큼 달걀과 마시멜로가 티격태격 주고받는 대화의 말맛이 이 책의 중심이 된다.
어른과 아이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고, 독자의 연령에 따라 여러 가지 방식으로 세상에 대해 사유해 볼 수 있는 『나는 달걀입니다』는 재미와 깊은 통찰을 동시에 담아, 오랜 시간 책장에 두고 읽기 좋은 그림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