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하게도 건축계보다 컴퓨터과학 분야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이 책은 원래 『시간을 초월한 건설의 길』이라는 크리스토퍼 알렉산더의 사상이론서의 자료집에 해당한다. 이 책에서 알렉산더의 건축에 대한 기본 사상과 이론을 확실히 알 수 있는데, ‘인공도시가 아니라 자연도시를 건설해야 한다’는 그의 사상은 오롯이 노자의 무위론을 연상케 한다. 그의 대안적 방법론인 ‘패턴 랭귀지’는 인간이 언어로 서로의 의사를 소통하듯, ‘랭귀지’라는 일정한 형태적 문법 안에서 다양한 건축 디자인을 표현하고 소통할 수 있게 하여 실제 사용자가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의 구성요소가 바로 ‘패턴’이고 각 패턴은 문제 제기, 문제 논의, 문제 해결의 순으로 세팅되어 있다.
모든 인위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사용자가 스스로 설계· 시공하자는 그이의 주장은 무척 급진적이어서 건축계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형편이었지만, 그의 사상은 건축의 메타포를 도입한 컴퓨터공학 분야에서 꽃피우는데, 1990년대를 풍미했던 ‘디자인 패턴 운동’이나 ‘XP 운동’의 기반이 된 것이다. XP 운동의 대부, 켄트 벡은 『익스트림 프로그래밍(eXtreme Programming Explained』에서 “소프트웨어에는 새로운 사회구조를 만들 기회가 존재한다”라고 알렉산더가 꿈꿨던 이상의 현실화 가능성을 프로그래밍 세계에서 발견한다. 최대한의 편리성과 미학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상호 지혜를 합쳐야 하는 법, 『패턴 랭귀지』는 그 출발에 서 있는 책이다.
건축(공학 관련 전공자는 물론이려니와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읽을 수 있게 문체와 내용을 쉽게 풀어내고자 애쓴 알렉산더의 노력이 책 곳곳에 묻어난다. 건축학이나 컴퓨터공학을 파고 계신 분이나 일반 독자에게 좋은 책으로 남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