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머리에
1. 번역가의 길
‘번역자’와 ‘번역가’
원천어에 대한 문해력
원천 문화에 대한 문해력
목표어에 대한 문해력
속담과 전문 용어의 이해
인공지능 시대의 번역
2. 번역과 반역 사이
피츠제럴드 작품의 오역
포크너 작품의 오역
헤밍웨이 작품의 오역
3. 속담의 성차별과 젠더 번역
암탉의 은유적 의미
암탉에 관한 서양 속담
한국어의 여성 지칭어와 호칭어
서양어의 여성 애칭어
젠더와 번역
4. 성경 번역에 대하여
개신교의 문서 사역
새 술은 새 부대에
중국어와 일본어의 흔적들
떡인가, 식물인가, 무역인가
축역과 의역 사이
빵인가, 떡인가, 밥인가
성경의 ‘19금’ 번역
성경의 창조적 오역
5. 어떻게 번역할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햄릿의 독백
일제 강점기의 『햄릿』 번역
해방 후의 『햄릿』 번역
1960년대 이후의 『햄릿』 번역
『햄릿』과 일본
참고문헌
책 속에서
번역가는 남달리 탁월한 직관력과 언어 감각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생득적 재능에 무게가 실린다. 그러나 원천어(source language, 즉 번역할 대상 작품이 쓰인 언어를 학습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후천적으로 이루어지는 작업이다. 또한 목표어(target language, 즉 외국 작품을 번역할 언어를 좀 더 갈고 닦기 위해서도 후천적 노력과 훈련이 필요하다. 어머니의 무릎에서 자연스럽게 습득한 모국어가 목표어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모국어도 끊임없이 갈고 닦지 않으면 누렇게 녹이 슬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시인처럼 번역가에게도 생득적 자질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후천적 훈련과 교육이다. -19쪽
번역가는 무엇보다도 먼저 원천어, 즉 번역할 작품이 쓰인 언어에 대한 문해력(文解力이 뛰어나야 한다. 여기서 ‘독해력(讀解力’이라고 하지 않고 굳이 ‘문해력’이라고 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문해’를 흔히 ‘문맹’의 반대말로 받아들여 글을 읽을 줄 아는 능력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문맹을 뜻하는 영어 ‘illiteracy’의 반대말이 다름 아닌 ‘literacy’이기 때문이다. 국립국어원에서는 문해력을 “현대 사회에서 일상생활을 해 나가는 데 필요한 글을 읽고 이해하는 최소한의 능력”이라고 규정한다. 한글의 뛰어난 가독성 덕분에 현재 한국의 문맹률은 1퍼센트 이하로 거의 모든 국민이 글자를 읽고 쓸 수 있다시피 하다. 한국이 문화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세계에서 가장 낮은 문맹률이 크게 이바지하였다. -34쪽
번역가는 목표어의 ‘낱말 풀’을 넓게 확보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하늘을 높이 나는 갈매기가 멀리 볼 수 있듯이 어휘력이 높은 번역가가 좋은 번역을 할 수 있다. 여기서 ‘낱말 풀’이라는 말을 사용했지만, 어휘력은 단순히 낱말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 하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물론 되도록 많은 낱말을 아는 것이 중요하지만 양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질이다. 번역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