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전에도 맨스플레인은 지겨웠다 11
〈원더풀 타운〉
그립고 질리고 사랑하고 진절머리 나는, 떠날 수 없는 나의 친구들에게 21
〈컴퍼니〉
진정한 사랑을 만났는데 어쩌다 보니 예수님 31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광대가 등장하는 순서 43
〈리틀 나이트 뮤직〉
주인공보다 웃기고 나쁘고 매력적인 악역 55
〈리틀 숍 오브 호러스〉
다른 누구도 아닌, 나는 나 65
〈라카지〉
사랑으로 전쟁을 하려거든 이들처럼 75
〈렌트〉
인생을 다시 산다면 안 그랬을 기억들 87
〈빌리 엘리어트〉
망한 영화에도 미덕은 있다 97
〈제너두〉
소맷자락 안에 가둘 수 없는 영혼 107
〈서편제〉
종교의 탄생 117
〈북 오브 모르몬〉
크지만 작고, 단단하지만 여린 롤라의 매력 127
〈킹키부츠〉
전설들이 사랑했던 노래 137
〈파리의 아메리카인〉
사실은 간데없지만 시는 아름답다 149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노래는 사랑이라 말하는데, 사틴은 삶이라 노래하네 159
〈물랑루즈!〉
뮤지컬을 즐기는 한 가지 지름길
뮤지컬 공연장에 가면 화려한 무대와 배우의 멋진 연기 등 볼거리가 있고, 때로는 감미롭고 때로는 격정적이며 때로는 웅장하고 때로는 아련한 멜로디와 노랫말의 넘버도 있다.
뮤지컬 <원더풀 타운>에는 ‘남자에게 차이는 백 가지 지름길’이라는 넘버가 나온다. 소위 여성지에 많이 실리던 이른바 남자 잡는 법을 비튼 제목이다. 뮤지컬을 즐기는 데도 백 가지 지름길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중 ‘뮤지컬 넘버’라는 지름길로 뮤지컬을 즐기러 간다.
‘뮤지컬 넘버’가 건네는 말
모든 뮤지컬은 자신만의 ‘뮤지컬 넘버’로 관객에게 말을 건넨다.
<라카지>의 드랙퀸 앨빈은 세계가 자신을 어떻게 받아들이든 자신을 당당하게 여기고 숨지 않으며 세상에 당당하게 소리친다. “이게 바로 나”라고.
<렌트>의 모린과 조안은 각자의 다른 애정관을 두고 자신의 사랑법이 옳다고 주장한다. 두 여성이 이 노래를 부를 때의 두 인물 사이의 아슬아슬한 긴장감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들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빌리 엘리어트>에서 치매 걸린 빌리의 할머니는 안개 낀 듯 희미한 기억 속에서 다시 인생을 산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일들과 만나지 않았을 사람과 마음 주지 않았을 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살림할 돈으로 위스키와 맥주를 샀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던, 할머니와 결혼한 적도 없었던 그 할아버지에 대해 노래한다.
<서편제>에서 오로지 송화만이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예술을 완성시키는 인물이다. 무대 위 송화는 소맷자락을 거두듯이 모든 원망을 거두며 눈을 뜨고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심봉사 눈 뜨는 대목’을 부른다.
그리고 <원더풀 타운>에서 루스는 좀처럼 낫지 않는 남자들의 불치병, 이제는 최소한 병명은 붙은 유구한 역사의 병을 퇴치할 노래를 부른다. 맨스플레인이라는 병을 퇴치할 노래 ‘남자에게 차이는 백 가지 지름길’을.
관객이 아닌 독자로서 ‘뮤지컬 넘버’의 매력에 빠져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