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공소 거리의 산 역사가 된 장인들
송기룡 장인은 늘 뜨거운 불 앞에서 일한다. 1950년 원동에 설립된 대전 최초의 공업사 ‘남선기공’에서 미싱 다리를 만드는 조공부터 시작해 한평생 주물 일을 해왔다. 한국전쟁 직후부터 최고의 호황을 누린 88올림픽 전후, 고단했던 IMF 시기 등 한국 현대사를 모두 겪어낸 원동의 살아있는 역사와도 같다.
윤창호 장인은 홀어머니 고생을 덜어드리고자 14살 때부터 철공 일을 시작했다. 퇴근 후 동료들과 막걸리를 마시며 왁자하게 회포를 풀던 과거를 그리워하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도전한다. 고객에게 필요한 제품을 만들기 위한 노력 끝에 성창갈고리라는 히트상품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홍경석 장인은 철공업 35년 차로 창조길의 막내다. 프레스, 시보리, 선반 등 다양한 기계로 갖가지 제품을 쓱싹 스케치하고 뚝딱 만들어내는 전천후 장인이다. 80년대 후반에 철공 일을 시작해 한 공장에 10명씩 기계를 돌리던 미니 공단의 호황기를 또렷이 기억한다. 그 시절에 비하면 너무나도 한산해진 철공소 거리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자리를 지킨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대전의 다른 모습
요즘의 레트로 열풍은 과거로 향한 이 시대의 욕망을 보여준다. 70~80년대의 고성장 시대. 활기차게 돌아가는 기계들로 상징되는 그 시절의 흔적은 21세기가 되어 자취를 감춘 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도심 곳곳에 여전히 존재한다. 이 책은 과학과 교통 도시로 알려진 대전을 다른 시각에서 살피며 원동 철공소 거리가 IMF 이전까지 우리나라 금속 제조업의 메카로 명성을 떨친 곳임을 기억하게 해준다.
화려했던 시기를 보내고 이젠 텅 빈 듯 한적해진 거리 풍경은 우리를 향수에 젖게 만든다.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현대사의 질곡처럼, 호황기를 누리던 원동 철공소 거리엔 기계에 손이 잘리거나 갈비뼈가 부러지고, 학교 가는 친구들을 바라보며 일터로 향하고 망치로 얻어맞으며 일을 배워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언젠가부터 시대의 뒤안길이 된 그곳에서 장인들은 여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