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캉 정신분석은 최후의 반철학이자
가장 정교한 반철학이다
마르크스에게 레닌이 있다면
프로이트에게는 자신이 있다고 주장하는 라캉
그리고 이에 대한 알랭 바디우의 반박
《알랭 바디우 세미나: 자크 라캉》은 알랭 바디우가 1994~1995년에 진행한 세미나를 엮은 책이다. 바디우는 라캉의 여러 텍스트를 ‘반철학’이라는 키워드로 독해한다. 반철학은 철학의 제일 목표인 ‘진리’를 해임하고자 하는 담론을 말한다. 따라서 반철학의 관건은 철학자라고 하는 지독하게 아픈 인간을 낫게 하는 것이다. 서구 사유의 역사가 철학과 반철학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보는 바디우는 라캉의 텍스트를 정교하게 독해한 후 라캉을 ‘최후의 반철학자이자 가장 정교한 반철학자’라고 명명한다. 나아가 라캉 반철학의 비판으로부터 철학을 옹호하며 라캉 반철학 담론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를 지적한다.
‘진리’를 ‘실재’로 대체한 라캉
그로부터 정교화되는 라캉의 반철학
라캉은 철학의 진리를 ‘실재(트라우마, 성, 죽음, 오르가즘, 악몽, 육체적 증상 등’로 대체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명백한 반철학자다. 바디우는 헤라클레이토스와 파르메니데스, 사도 바울과 그리스 철학자, 파스칼과 데카르트, 루소와 백과전서파, 키르케고르와 헤겔, 니체와 플라톤, 비트겐슈타인과 러셀 등 철학과 반철학의 역사를 경유하여 라캉 반철학을 역사화한다. 나아가 다른 반철학과 구분되는 라캉 반철학만의 특징을 제시한 후, 라캉 정신분석과 반철학이 맺고 있는 관계를 면밀히 검토하여 왜 라캉 정신분석이 최후의 반철학이자 가장 정교한 반철학인지를 논한다.
철학자들이 반철학의 문제의식을 다루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칸트, 하이데거 등의 작업에도 반철학의 주제가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반철학의 문제의식을 ‘철학’이라는 틀 내부에서 다루고자 했다. 무엇보다 그들에게는 ‘일관되게 철학을 하나의 병리성으로 지칭하는 급진적인 추월의 명제’가 부재하다는 것, 때문에 그들은 반철학자가 아니라는 것이 바디우의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