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놀고 싶지만 선뜻 끼어들기는 어려워
함박눈 내리는 날, 꼬마 구름 무무는 바람을 타고 눈송이 틈에 섞여 땅으로 내려왔어요.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던 곳에 드디어 온 거예요. 가까이에서 본 세상은 온통 하얗고 우르르 몰려다니는 알록달록한 아이들은 정말 신나 보여요. 아이들은 눈사람을 만들고 눈오리를 만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눈싸움을 합니다. 무무는 아이들과 함께 놀고 싶지만 선뜻 나서질 못해요. 무무는 조금 수줍거든요. 아이들 주위를 얼쩡거려 보지만 소용없어요. 아무도 무무에게 말을 걸지 않더라고요. 노느라 정신없는 아이들에겐 무무가 아예 보이지도 않는 것 같아요. 풀 죽은 무무는 힘없이 고개를 돌리다가... 한 아이와 눈이 딱 마주쳤어요.
한눈에 알아보았지, 우린 친구라고
무무가 드디어 용기를 냅니다. 살그머니 다가가 수줍게 인사를 건네요. “안녕, 나는 무무야.” “나는... 디디.” 모기 소리처럼 작은 대답이 돌아옵니다. 어쩐지 디디도 무무랑 비슷한 것 같네요. 이제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둘이 마주보며 쭈뼛거리는 어색한 순간, 머리 위로 풀썩 눈이 쏟아집니다. 하하하하 웃음이 터집니다.
이 책은 소심하고 목소리 작은 두 친구가 서로에게 말을 거는 이야기예요. 머뭇거리고 쭈뼛대면서도 마음을 여는 아이들, 수줍게 인사를 나누고 함께 눈을 맞으며 함께 걷고 함께 웃는 모습을,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 보내는 즐거운 시간을 오밀조밀 유머러스하게, 정성스럽게 그려냈습니다. 문득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수줍음 타느라 나서지 못하고 머뭇거리던 기억. 이사를 하거나 전학 갔을 때, 새 학년이 시작되었을 때, 낯가리고 쉽게 풀 죽고 적응하느라 시간이 필요했던 기억. 살면서 우리는 때때로 무무였고, 때로는 디디였고, 때로는 눈치가 없어 무정했던 친구들이었지요.
제 모습 그대로 사랑스러운, 저마다 다른 보폭과 속도로 걸어가는 아이들에게
가라앉은 파스텔 톤의 포근한 색감, 동글동글 귀여운 캐릭터로 작가는 움츠러들기 쉬운 아이들의 마음을 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