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하여금 말하게 하다 ‥ 7
이미지와 환영幻影 ‥ 33
제1부
“어딘가 다른 소년” ‥ 55
오데사: 빛과 어둠 ‥ 87
“내게는 스승이 세 분 계셨다: 아버지, 바그너, 그리고 겐리히 네이가우스” ‥ 107
모스크바 ‥ 121
한발 비켜나 경험한 제2차 세계대전 ‥ 149
니나 리보브나 도를리악 ‥ 165
제2부
프로코피예프 ‥ 183
음악, 권력, 그리고 음악의 정치학 ‥ 209
쇼스타코비치 ‥ 233
제3부
가슴을 찢는 슬픔 ‥ 265
세계무대에 선 피아니스트 ‥ 295
방랑자 ‥ 331
피아노, 피아니스트, 음악, 그리고 관객 ‥ 375
차례
제4부
보이지 않는 장벽 너머의 인간 ‥ 435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 ‥ 477
만년 ‥ 483
끝 ‥ 503
후주 ‥ 509
음악적 유산 ‥ 517
후기 ‥ 533
스뱌토슬라프 리흐테르의 녹음들 ‥ 539
참고문헌 ‥ 549
사진 출처 ‥ 553
찾아보기 ‥ 554
공개되지 않았던 자료를 바탕으로 한 전기
저자인 덴마크의 작곡가 카를 오게 라스무센은 가족 기록 보관소의 여러 희귀한 자료들을 면밀히 조사하고, 리흐테르와 함께 했던 사람들과의 심층적인 인터뷰를 통해 그의 비밀스러웠던 삶을 다각적으로 조망한다. 그는 이 책의 바탕을 이루는 전기적인 사실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여 그간 있었던 많은 오해와 곡해, 모호했던 사실 관계 따위를 바로잡았다. 전기 작가들의 공적인 기록 외에도 그의 아내이자 동료, 매니저였던 니나 도블리악이나 나탈리야 구트만, 엘리자베트 레온스카야 같은 동료 음악가들의 증언을 살펴보면서 그와 가까운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었던 친밀함과 비밀스러움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리흐테르는 1949년 스탈린상을 수상한 이래 소비에트 전역에서 대단한 각광을 받았고, 러시아와 동유럽 전역을 연주 여행하며 유명세를 높인 뒤 마침내 서방 세계로 진출했다. 1960년에 이루어진 뉴욕 카네기홀에서의 미국 데뷔 공연은 어마어마한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까다롭고 내성적인 모습으로 유명한 리흐테르는 청중이 미세한 음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소규모의 공연장을 좋아했다.
음악가가 그려낸 음악가
이 책의 장점 중에 가장 특별한 것은 무엇보다 라스무센 자신이 음악가라는 점이다. 그는 음악의 본질과 음악을 대하는 자세에서 리흐테르의 특별한 점을 찾는다. 스뱌토슬라프 리흐테르의 피아니즘은 깊고도 넓어 몇 마디 개념으로 포착하기 어렵다. 고전, 낭만 같은 사조, 시대상의 구분이나 나라별 전통, 특정 작곡가와의 친화력 등 우리가 피아니스트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어떤 유형 및 범주에 갇히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러시아 피아니스트 하면 흔히 떠올리게 되는 ‘강철 같은 타건’이라든지 ‘불꽃 튀는 기교’만으로는 그의 피아노를 다 담을 수 없다. 고전적인 균형미나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낭만적 상상력 또한 리흐테르 건반 예술의 일부일 뿐이다.
그렇다고 그는 모든 것을 소위 ‘리흐테르 스타일’대로 치는, 다시 말해 자신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