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가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
이 책은 희곡의 글을 그대로 살려 그림책 형식에 맞게 편집했다. 대화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긴장감이 있으면서도 몰입도가 굉장히 높다. 특히 아이들이 배역을 바꿔 가면서 여러 번 읽다 보면, 직접 책 속 인물이 되어서 상황 속으로 깊이 들어가 볼 수 있다. 이는 매우 적극적이고도 깊이 있는 독서 체험이 될 것이다.
이야기의 내용은 작가의 고향 근처 마이산이 생겨난 설화에 뿌리를 둔다. 하늘나라에서 죄를 짓고 지상으로 내려온 부부가 산이 된 채 오랫동안 지내다 어느 새벽 다시 하늘로 올라가려는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새벽녘 물 길러 나온 아낙에게 발견되어 놀라는 바람에 산이 그 자리에 굳어졌단 이야기다. 일이 틀어진 걸 여자(아낙 탓으로 돌리는 옛 전설에서 역으로 아낙 덕에 산과 모든 생명이 조화롭게 살 수 있었다고 생각한 작가는 등장인물들을 재창작해 아름답고도 신비롭게 풀어냈다.
배삼식 작가는 남매 송동이와 백단이는 물론, 배경이 될 법한 도랑, 개울, 산과 나무, 동물과 새 등 이 모든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어 살려냈다. 무언가 잘못을 해 벌을 받고 땅에 내려온 산들. 그저 산이 아닌 살아 있는 청룡, 백호, 주작, 현무로 변한다. 새벽녘 오줌을 누러 나온 남매가 이들이 갑자기 하늘로 올라가려는 걸 알아차린다. 덩달아 산과 함께 살아가던 생명체들이 수군수군 걱정한다. ‘산이 하늘로 올라가면 우리는 어디에 기대어 살아가냐고. 제발 이곳에 남아달라고.’ 애원도 한다. 또 함께 노래 부르고 춤을 추며 어르기도 한다. 하지만 결코 하늘로 올라가겠다는 산들을 못 말리게 되자, 남매는 온몸을 던져 산 등에 올라탄다. 그제야 “아이코, 조그만 녀석들이 왜 이렇게 무거워?” 하며 주춤주춤 자리에 앉아 버린 산들. 웅장하고 커다란 산들은 과연 남매가 무거워서 주저앉은 것일까? 서로를 향한 마음과 배려, 함께 살고자 하는 애틋하고 다정한 마음이 느껴진다.
주고받는 대사 속에서 아이들은 이야기가 주는 여백과 감정선을 잘 따라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