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돕습니다. 돈만 내신다면요!
초등학생의 좌충우돌 돈벌이 대작전
초등학생도 돈이 필요하다.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갖고 싶은 것을 가지려면, 하다못해 떡볶이라도 한 접시 사 먹으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초등학생의 돈이란 곧 양육자의 돈이다. 부모님이 부자면 어린이도 부자고, 부모님이 가난하면 어린이도 별수 없다. 무돈이네는 하루아침에 쫄딱 망했다. 갑자기 집이 좁아지고, 가족들은 얼굴만 보면 티격태격한다. 하지만 집안 형편이 기울었다고 해서 좋아하는 일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무돈이는 꼭 사고 싶은 펜 태블릿을 위하여 직접 돈을 벌기로 마음먹는다. 소꿉친구 단지와 ‘무단 도움 연구소’를 만들고, 무엇이든 도와준다는 전단지도 붙인다. 잔심부름, 물건 배달 가리지 않고 해서 돈을 모을 계획이다. 무돈이는 꿈을 이루기엔 턱없이 모자란 통장 잔고를 들여다볼 때마다, 우리 집은 왜 친구 기록이네처럼 부자가 아닐까 생각할 때마다 한숨이 난다. 그래도 어쩌겠나. 젤리를 잘근잘근 오래 씹으며 답답한 마음을 달랠 수밖에.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면 아이들도 안다. 친구들끼리도 경제적 상황에 차이가 있고 그것이 현재의 삶은 물론, 어쩌면 앞으로의 인생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어린이 독자들은 인터넷 카페, 아르바이트 등 현실에 밀착한 소재와 무돈이의 사실적인 고민을 보며 ‘내 이야기’라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춤추듯 따라 읽게 되는 문장들, 단지가 흥얼거리는 즉흥 랩과 ‘무단 도움 연구소’ ‘디디 아저씨’ ‘빠마’ 등 독창적인 명명은 주미경 작가의 동시를 떠올리게 한다. 시인의 눈으로 포착한 일상의 리듬이 작품에 생동감을 더한다.
이 정도 거짓말은 누구나 하는 거 아닐까
그런데 왜 마음이 불편한 걸까
무단 도움 연구소의 첫 일거리는 단지네 엄마가 기증할 책들을 도서관에 가져다주는 일이었다. 그런데 무돈이와 단지의 머릿속에 이 책들을 도서관이 아니라 고물상에 가져가면 심부름값에 더해 고물값까지 벌 수 있겠다는 꼼수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