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주인공들, 우화형 그림책
이 그림책에는 사람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맨드라미꽃과 토끼, 돼지, 개, 고양이, 제비, 다람쥐 등 식물과 동물이 인격화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갑니다. 이런 이야기를 ‘우화’라고 해요. 사람이 아닌 캐릭터들의 활약을 통해 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의미를 전달해 준답니다.
이야기는 범상치 않은 맨드라미꽃 형제가 ‘힘꽃 체육관’을 여는 데서 시작됩니다. 맨드라미꽃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예쁘고 여리여리한 꽃이 아니에요. 꽃잎이 마치 두꺼운 섬유처럼 단단하고 질겨서 뭔가 억세 보이는 분위기를 풍기는, 좀 특이한 꽃이지요. 게다가 전직 권투 선수였다니, 더욱 야성적이고 거친 존재인 것 같아요. 진수경 작가님은 사람들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맨드라미꽃을 등장인물로 설정한 까닭을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맨드라미꽃은 사람들에게 아주 사랑받는 에쁜 꽃이 아니기 때문에 뭔가 결핍과 애환이 느껴져요. 게다가 권투 선수이기 때문에 강인하고 억척스러운 이미지와도 잘 맞는 것 같고요. 또 이 책에서 쌍둥이 형제로 등장하는데, 빨간색과 분홍색 맨드라미꽃으로 설정하면 찰떡이겠다 싶었죠.”
맨드라미꽃 형제가 차린 체육관에는 아무도 운동하러 오지 않았지만, 다행히 좋은 기회가 생겨요. 신문에서 전국 체육 대회에 ‘함께 줄넘기’ 종목이 새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접한 거예요. 둘은 당장 함께 줄넘기 팀원을 모집하지요.
처음으로 찾아온 팀원은 귀가 축 처진 검은 토끼예요. 토끼는 왜 두 귀가 쫑긋 서지 않고, 축 늘어졌을까요? 늘어진 두 귀 때문인지, 왠지 자신감 없고 슬픈 마음이 느껴져요. 두 번째 찾아온 팀원은 돼지예요. 돼지는 뚱뚱해서 보통 운동을 싫어할 것 같은데, 이 돼지는 스스로 줄넘기를 하겠다고 찾아왔네요. 다음으로 오랫동안 길을 떠돈 것 같은 꼬질꼬질한 개, 애꾸눈 고양이, 철새 제비, 조그마한 다람쥐까지, 다양한 동물 친구들로 함께 줄넘기 팀원이 구성되었어요.
그런데 함께 줄넘기를 위해 찾아온 팀원들이 하나같이 범상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