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_파우스트의 고독한 방랑길
01_그린칭 묘지로 가는 길
02_유년기를 찾아서
03_애증의 도시 빈
04_빈의 이방인
05_제체시온의 황금 기사
06_알마, 뮤즈인가 악처인가
07_호수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08_두 번째 오두막
09_세 번째 오두막
10_뉴요커 말러
EPILOGUE_죽음, 그 이후
말러 예술의 키워드
말러 생애의 결정적 장면
참고 문헌
> 만물을 품은 음악
“그는 만물 안에서 살았고, 만물은 그의 안에서 살았다.” 구스타프 말러(1860~1911의 제자이자 동료로서 그의 교향곡 전곡을 녹음하기도 한 명지휘자 브루노 발터의 이 말처럼 말러는 세상에서 가장 비천한 것에서부터 가장 고귀한 것에 이르기까지 만물을 두루 포용한 음악 세계를 보여 주었다. 교향곡은 세계와 같아야 하고 모든 것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말러 자신의 말처럼 그가 만든 열 개의 교향곡은 분열되고 파편화된 세계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 여기의 우리에게 베토벤의 그것과는 또 다른 맛의 웅장한 서사와 깊은 여운을 선사한다.
1860년, 체코의 칼리슈테에서 유대인으로 태어난 말러는 유년 시절 대부분을 체코 동쪽의 모라비아 지역과 서쪽의 보헤미아 지역 사이에 위치한 이흘라바에서 보냈다. 군사적 요충지였던 이흘라바에는 합스부르크 제국의 군대가 1년 내내 주둔하고 있었기에 말러는 어린 시절부터 군사 문화를 일상적으로 접했다. 어린 말러는 길거리에서 들려오는 군악대 소리를 비롯하여, 아버지가 운영하는 선술집에서 나는 취객들의 권주가와 남녀가 질펀하게 어울리는 소리, 동유랑 유랑 집시들의 노랫소리 등 세속의 다채로운 음향에 둘러싸여 자랐다. 이는 말러의 무의식에 깊이 각인되어 훗날 그의 교향곡에서 장송 행진곡, 스케르초 악장, 랜틀러, 왈츠로 용해되었다.
한편으로 어린 말러는 세속에서 멀리 떨어진 숲속에서 곧잘 몽상에 잠기고는 했는데, 자연은 그리 화목하지 않은 집안 분위기와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에게서 벗어날 수 있게 해 주는 내적 안식처가 되었다. 자연과 소통하는 이런 습관은 그의 평생에 걸쳐 이어졌다. 어릴 때는 이흘라바의 숲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고, 성인이 되어 빈에서 활동할 때는 거의 출근 도장을 찍다시피 교외 지역인 그린칭의 숲을 찾았으며, 여름휴가 때는 인적 드문 알프스의 대자연 속에 파묻혀 부지런히 곡을 써 내려갔다. 그의 위대한 걸작은 사실상 자연과 소통하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그에게 자연이 선사한 선물과도 같다.
말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