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평범성과 타자 중심적 윤리·정화열
독자들께 드리는 말
제1장 정의의 집
제2장 피고
제3장 유대인 문제 전문가
제4장 첫 번째 해결책 추방
제5장 두 번째 해결책 수용
제6장 최종 해결책 학살
제7장 반제회의, 혹은 본디오 빌라도
제8장 법을 준수하는 시민의 의무
제9장 제국으로부터의 이송 독일, 오스트리아 및 보호국
제10장 서유럽으로부터의 이송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덴마크, 이탈리아
제11 장 발칸 지역으로부터의 이송 유고슬라비아, 불가리아, 그리스, 루마니아
제12장 중부 유럽으로부터의 이송 헝가리, 슬로바키아
제13장 동부의 학살센터들
제14장 증거와 증언
제15장 판결, 항소, 처형
에필로그
후기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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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히만은 뜻밖에 평범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지난 뒤 유대인 학살 소식이 전세계에 알려졌을 때,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한나 아렌트도 그것이 진실이라고는 믿지 못했지만 결국 그 소식이 사실임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유대인 학살의 주범이라 할 수 있는 아돌프 아이히만이 이스라엘 비밀경찰에 의해 잡혀와 예루살렘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아렌트는 예정되었던 대학의 강의를 취소하고, 미국의 교양잡지 『뉴요커』의 재정적 지원을 받아 특파원 자격으로 예루살렘에 가서 재판을 참관하게 된다. 이로써 이 책,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 탄생한 것이다.
예루살렘에서 있었던 아이히만의 재판에 대해 보고를 하면서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에 대해 언급을 하였는데, 이는 어떠한 이론이나 사상을 의도한 것이 아니라 단지 아주 사실적인 어떤 것, 엄청난 규모로 자행된 악행의 현상을 나타내고자 하였다.
이 악행은 악행자의 어떤 특정한 약점이나 병리학적 측면, 또는 이데올로기적 확신으로 그 근원을 따질 수 없는 것으로, 그 악행자의 유일한 인격적 특징은 아마도 특별한 정도의 천박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행위가 아무리 괴물 같다고 해도 그 행위자는 괴물 같지도 악마적이지도 않았다. 그리고 재판과정에서 또 그에 앞서 있었던 경찰심문에서 보인 그의 행동뿐만 아니라 그의 과거에서 사람들이 탐지할 수 있었던 유일한 특징은 전적으로 부정적인 어떤 것이었다. 그것은 어리석음이 아니라 흥미로운, 사유의 진정한 불능성이었다.
그는 한때 자기가 의무로 여겼던 것이 이제는 범죄로 불리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고, 그래서 그는 이러한 새로운 판단의 규칙을 마치 단지 또 다른 하나의 언어규칙에 불과한 것처럼 받아들였던 것이다.
한나 아렌트에 천착하는 옮긴이 김선욱
숭실대 김선욱 교수는 미국 뉴욕주립대(버펄로에서 박사과정을 하던 가운데 한나 아렌트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되었다. 그곳에는 현상학을 오랫동안 연구한 조가경 교수가 한나 아렌트를 강의하고 있었고, 아렌트의 지도로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