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손바닥에서 넝쿨을 꺼내 달을 잡아당겨요
베 짜는 나라 10
돌멩이 이야기 12
주렁주렁 강낭콩 14
지금 넌 몇 번째니? 18
겨울 씨앗 20
아주 오래된 꿈 22
꼬르륵꼬르륵 24
나란히 26
공기놀이 28
할머니 사는 곳 30
빨간 구두 물고기 32
2부 쑥쑥 길어지는 이야기를 들려줄게
붉은 알 36
터줏대감 38
쑥쑥 길어지는 이야기 40
독을 품은 뱀 42
벚꽃 아이 44
모자 46
수호천사 47
단풍놀이 48
뱃노래 50
파도 신발 찾기 52
푸른 등뼈 56
은비녀 57
하얀 목소리 58
눈사람은 긴 팔을 남기고 60
3부 내 베개 속에는 작고 흰 양이 살아
작고 흰 양 64
울타리 밖으로 뛰어나간 염소들 66
돌돌 뭉쳐 68
두더지 생일 파티 70
도깨비 신발 72
복주머니 귀신 73
흰 털 수북한 손 74
언제 자요? 76
오늘따라 이상해 78
감자의 감자 노래 80
고요는 빨주노초파남보 81
웅덩이와 장화 82
그림자 빨래 84
환상적이지 않니 86
시인의 이야기_임수현 88
철컥철컥, 눈먼 할머니가 수놓은 환상 세계
실뭉치를 돌돌 풀면 시작되는 이야기
세 살 때
나뭇가지가 눈을 찔러
눈이 먼 할머니
눈이 멀자
보이지 않는 것까지 보게 되었고
들리지 않는 것까지 듣게 되었어요
닭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죽어 가던 토끼를 살리고
뱀의 똬리를 풀어 줬어요
_「눈먼 할머니」 부분
『외톨이 왕』으로 제7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허공으로 붕 떠오르지 않고 현실과 강하게 결속돼 있는 환상성”(이안으로 날마다 자기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아이들을 응원해 온 임수현 시인이 두 번째 동시집을 들고 찾아왔다. “오늘은 노란 웃음을 짜 주세요!” 명랑한 아이의 음성으로 들려오는 제목을 지나면, 저 먼 보름달 뒤에서 눈먼 할머니가 철컥철컥 베를 짜다 멈추고 손을 흔든다. 시인의 작품 곳곳에 등장해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눈먼 할머니’가 비로소 이야기 전면에 나서서 자신의 고유하고 신비로운 나라로 아이들을 이끈다. 생명을 관장하는 삼신할미를 연상시키는 이미지, 전래동화 모티프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서사와 유머를 장착하고서.
세 살 때 눈이 멀게 된 할머니의 사연으로 문을 여는 이 동시집은, 덕분에 얻은 비범한 능력과 다양한 표정으로 한 아이의 몸과 마음을 훌쩍 키워 낸 할머니가 주요하게 등장한다. 세상 모든 할머니들이 그러하겠지만 이 할머니 역시 조금 특별하다. 거칠거칠한 손바닥으로 배를 문지르며 노래를 불러 아픔을 낫게 하는가 하면(「뱃노래」, 앉았던 자리마다 콩 싹이 트고 호박 넝쿨이 굴러 나오게 만든다(「쑥쑥 길어지는 이야기」. 할머니의 비범함은 독 속 뱀의 목소리로, 마당 안 닭의 목소리로, 긴 나뭇가지 팔을 한 눈사람의 목소리로 전해져 어딘가 더 신비롭다. 아이의 탄생부터 오늘까지, 모든 순간을 아이와 함께했던 눈먼 할머니의 이야기 타래 속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누구라도 좀 알려 주겠니?”
할머니 사는 곳 찾아 떠나는 긴 여정
아이 손에 쥐어진 작은 지도 하나. 아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