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서
봄은 꿈을 꾸어요. 꿈틀거리며 잠에서 깨어나는 지렁이와 벌레를.겨울이 지나간 자리에서 고개를 내미는 꽃봉오리를.
꽃잎 사이를 넘나드는 꿀벌과 다시 탄탄해진 자전거 타이어를.달리고 싶은 아이들의 하얀 다리와 졸졸거리는 시냇물을. -p,04-05
여름은 꿈을 꾸어요.
해님의 따스한 눈길에 활짝 피어나는 꽃을.
윙윙거리며 날아다니는 무당벌레를.
여름은 무당벌레 등에 있는 점도 세어 봐요.
여름은 꿈을 꾸어요.
정다운 입맞춤과 따뜻한 바위, 상쾌한 바람의 춤을.
천둥소리와 뽀송뽀송 마른 빨래를 그리고 주인을 기다리는 화관을. -p.12-13
가을은 꿈을 꾸어요. 빨갛게 물든 단풍나무가 떨구는 눈물을.풀잎에 내린 서리, 마가목의 쓴 열매와 살구버섯을.
그리고 유리처럼 투명한 공기와 남국을 향한 철새들의 비행을. 가는 여름이 아쉬워 윙윙대는 꿀벌과 얼마 남지 않은 여름방학을. -p.20-21
겨울은 꿈을 꾸어요. 빨간 코와 추워서 곱은 꼬마 발가락을.크리스마스 촛불과 쌀죽, 자신이 깊이 남긴 발자국을.
그리고 유리창에 낀 성에와 빨간 새를 위해 남겨 둔 곡식알을.손에 들고 터뜨리는 폭죽과 한밤중에 내린 눈의 뽀드득 소리를. -p.28-29
<옮기고 나서>
사계의 순환을 자장가 형식으로 들려주는 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림책은 한 자매에 의해 창작되었습니다. 언니와 동생이 글과 그림을 분담하지 않고 같이 만들어 낸 합작이지요. 이 작품은 자매가 협업한 첫 작품이지만 노르웨이에서 ‘2016 올해의 가장 아름다운 그림책’으로 평가받으며 북유럽을 비롯해 유럽 여러 나라에서 사랑받고 있습니다.
동생 리사 아이사토는 따뜻하고 정감이 묻어나는 삽화로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림책 작가입니다. 언니 하디 엔지는 아티스트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다재다능한 여성이며, 현재 가수, 텔레비전 프로그램 진행자 등으로 노르웨이에서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감비아인 아버지와 노르웨이인 어머니의 다문화 가정에서 성장한 이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