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로 히말라야를 탐사하다!
중산 박철암 선생의 다울라기리 산군 탐사기
이 책의 저자인 박철암 선생에게 히말라야는 ‘꿈’이었다. 선생의 꿈은 1958년 2월 종로의 어느 다방에서 시작된다. 선생의 나이 이미 41 세였다. 그로부터 4년 후 선생은 꿈에 그리던 히말라야에 첫발을 딛는다. 그러나 이 원정이 그리 원만하게 진행된 것은 아니다. 원정이 아니라 ‘정찰’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 경비 마련을 위해 집을 팔아야 했던 이야기 등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박철암 대장이 이끄는 경희대 산악회는 이 원정에서 다울라기리 2봉 접근로 탐사와 무명봉(6,700m 등반이라는 성과를 거두었다.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그리 큰 성과라고 할 수 없지만, 정보와 물자 등 부족한 것이 많았던, 최초의 원정이라는 점에서 놀라운 성과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1963년 선생은 『히말라야 다울라기리 산군의 탐사기』를 세상에 내놓았다. 이 책은 히말라야 다울라기리 탐사 80여 일의 여정을 담은 것이다. 선생은 이 책에서 여정 중에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꼼꼼하고 담백하게 기술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경희대 산악부의 다울라기리 원정 전 과정을, 두 번째로 헤르만불의 낭가파르바트 원정과 1950년, 1953년의 에베레스트 등정 등을 다루고 있다. 마지막으로 네팔의 역사와 종족 그리고 문화를 두루 소개하는데, 이는 후일 네팔히말라야를 찾게 될 후배 산악인들을 위한 배려이다.
히말라야는 성스러운 신의 영역이다. 히말라야를 이해하는 여러 측면 중 하나는 네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네팔 사람들의 삶 속에 히말라야가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네팔 사람들이 먹고, 입고, 사는 집과 아이들, 학교, 생업, 예술, 건축, 나아가 장례 풍속에 이르기까지 박철암 선생의 관심은 끝이 없었다. 이런 면에서 이 책은 단순한 고산등반에 관한 산행일지를 넘어 네팔 사람들의 생활과 사회를 두루 관찰한 ‘민족지’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