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모르는 대학 이야기를 읽고
새로운 대학 서사를 쓰자!
남들처럼 대학에 가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강력하게 작동하는 청년기 서사다. ‘일류 대학’이 목표인 아이들의 학창 시절은 학생의 학습 태도와 그때그때의 운, 양육자의 정보력과 사교육비에 따라 변주된다. 스카이, 인서울, 4년제 대학에 들어간 학생들이 쓰는 다음 편은 좋은 직장에 가기 위한 스펙 쌓기에서 시작된다.
그런데 현실의 대학 경험은 이런 일류 대학 서사보다 훨씬 복잡하다. 우리는 대학에 못 간 것이 평생 한인 어른을, 일찌감치 대학을 자퇴하고 한 집안의 가장으로 사는 친구를, 대학에 가지 않기로 결정한 누군가를 직간접적으로 안다. 학창 시절의 기억이 저마다 다르듯 20대면 누구나 다 간다는 대학 이야기의 속사정은 수만 가지일 수밖에 없다. 새로운 대학 서사 쓰기의 참조가 될 이번 《한편》은 사회학, 정치학, 교육학, 철학, 지역학, 과학기술학, 역사학, 국문학 등 대학 안팎에서 쓰인 열 편을 실었다.
학부생, 대학원생, 교수,
활동가, 출판노동자가
대학 안과 밖에서 얻은
역동적인 배움들
일류 대학 서사가 지배하는 사회는 각자의 고유성보다 사회적으로 용인된 자격을 먼저 따진다. 대학 입시 거부 선언으로 만들어진 ‘투명가방끈’의 활동가 난다의 「학력무관의 세계를 항하여」는 학벌주의 다음의 논제를 던지며 10호를 연다. 능력들의 줄 세우기가 당연시된 사회에서 난다는 능력을 차별의 전제가 아닌 대화의 조건으로 파악하자고 제안한다. 한편 이번 호를 문 닫는 출판노동자 유리관의 글 「아 다르고 어 다른 세상에서」는 대학의 경계 끝자락에서 지식 분열의 현장을 전한다. 그가 가공하는 대학 교재는 학문의 성지에서 나온 문건이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단어와 문단이 파괴되어 있다. 절망한 교정공이 마주한 분열된 문장에서 어떻게 진리의 빛을 찾을까?
신자유주의 시대의 대학을 다니는 대학 안 사람들의 사정은 어떨까. 포항공대 화학공학과 김종은의 글 「익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