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 악기를 주인공으로, 눈으로 듣는 클래식
1. 바이올린 - 악마의 악기, 또는 현을 위한 세레나데
35.5센티미터의 작은 거인, 압도적인 울림과 떨림
바이올린의 역사, 그리고 명장 아마티 가문의 영광과 굴욕
연주 자세가 바뀐 것은 턱받침 덕분이다
시대가 파가니니를 낳고 파가니니가 시대를 만들었다
악마와 거래한 원조 바이올리니스트는 따로 있다?
파가니니, 파우스트, 그리고 악마 로베르
바이올린을 둘러싼 젠더와 섹슈얼리티
파가니니, 그의 명예회복을 위하여
2. 피아노 - 공간을 지배하는 럭셔리 가구에서 악기의 제왕으로
리듬, 선율, 화성의 완벽한 구현
중류계급, 안락한 가정 문화
피아노 악보 출판 붐, 베토벤은 웃고 쇼팽은 울었다?
살롱, 화려한 사교 공간
산업화와 피아노, 그리고 전설적인 피아노 제작자들
플레옐 피아노, 너무나 프랑스적인 감수성
플레옐사의 공헌 - 대를 이은 제작
플레옐, 쇼팽이 사랑한 피아노
스타인웨이앤드선스 - 소스테누토 페달의 발명
야마하 - 어쿠스틱에서 디지털까지 망라한 다양성
피아노는 어떻게 가정의 거실로 파고들었나
비르투오시티의 끝판왕, 프란츠 리스트
100년 동안의 영광, 그리고 라디오가 피아노를 죽였다?
3. 팀파니 - 오케스트라의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하는 엔딩 요정
오케스트라의 막내 악기, 바로크 사람들도 사랑했다
베토벤, 팀파니를 순한 양처럼 길들이다
베를리오즈, 팀파니 채에 스폰지 옷을 입히다
터키 밀리터리 음악, 서양음악계를 뒤흔들다
팀파니와 트럼펫, 위풍당당 밀리터리 커플
엄청난 특권을 누린 케틀드럼과 트럼펫 길드
4. 류트 - 신들과 님프, 그리고 엘리자베스 1세가 사랑한 악기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에 군림한 악기
하나의 소리, 2개의 줄, 류트의 흥망성쇠
류트 연주는 ‘미소’로 완성된다?
류트, 영국음악의 황금기를 이끌다
‘영국의 오르페우스’라 불린 남자의 파란만장 왕실 취직기
덧없는 세상, ‘바니타스 회화’의 단골
묵묵히 서 있던 악기, 탄생의 비밀과 파란만장한 사연을 밝히다
오래된 것들은 힘이 세다. 코로나19 시대를 거치면서 클래식 음악을 즐기고, 악기를 배우고자 하는 이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클래식 음악을 듣거나 연주하는 이유는 ‘인류의 위대한 유산으로서 향유할 만한 가치가 있어서’, ‘악기 하나쯤 연주할 줄 아는 자기계발의 일환으로’ 등등 다양하겠지만, 무엇보다 클래식 음악의 아름다운 선율과 음색이 기계문명과 코로나19 등으로 지친 현대인의 심신을 부드럽게 어루만져주기 때문 아닐까? 인기 팟캐스트 [클래식빵]에서 ‘클래식 쫌 아는 옆집 언니’처럼 조곤조곤 클래식 음악의 이모저모를 옛이야기보다 구수하게 들려주는 ‘짱언니’로도 친숙한 지은이는 『그림, 클래식 악기를 그리다』에서 악기를 주인공으로 삼아 유럽의 사회와 문화사까지 이야기의 영역을 다채롭게 확장시킨다. 클래식 음악을 이야기할 때 대개 중심에 놓이는 작품이나 인물 대신 배경에 묵묵히 서 있던 ‘악기’가 품고 있는 수많은 재미난 사연들을 맛깔나게 들려준다.
파가니니가 18세기에 태어났다면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는 없었다?
『그림, 클래식 악기를 그리다』에서 악기의 구조나 조율, 연주 방법 같은 사전적인 정보는 ‘사이드 메뉴’이다. ‘메인 디시’는 악기를 통해 살피는 클래식이 유럽 사회에 미친 사회적, 문화적 영향, 즉 클래식 음악을 둘러싼 사람과 사건의 파노라마다. 악기 탄생과 개량의 비밀, 악기 연주자들이 차마 말하지 못했던 고충, 악기가 불러온 온갖 사건 사고와 역사 속에 숨어 있던 드라마틱한 에피소드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풀려나온다.
예를 들어 ‘악마와 계약을 했다’고까지 일컬어지던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는 19세기에 태어나지 않았다면 그 놀라운 재능을 결코 꽃피우지 못했을 것이다. 파가니니의 신들린 듯한 테크닉의 힘있는 연주를 뒷받침해준 ‘개량된 바이올린 활’이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에 짧고 볼록한 모양이었던 바이올린 활은 19세기에 파가니니의 등장 무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