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의 말
이 책을 번역하면서 어린 시절의 텔레비전 영화를 떠올렸다. 귀여운 줄 알았던 털북숭이 인형들이 일순 괴물로 변하면서 마을을 망가뜨리는 내용이었다. 깜찍한 생물이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던 장면을 잊을 수 없다. 이때 옆에서 같이 이불을 뒤집어쓰던 동생이 없었다면, 이불 뒤집어쓴 우리를 보고 웃으며 안아주던 엄마 아빠가 곁에 없었다면 울음을 터뜨렸겠지. 어른이 되면 무서울 게 없을 줄 알았는데, 두려운 것은 해마다 늘어간다. 하지만 두려움을 덜어주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 친구와 동료와 가족이. 무서움을 다룬 이 작품을 우리말로 옮기면서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새삼 느낀다.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두려움은 방패의 존재를 일깨워주기도 한다.
- 옮긴이 이수정
책 속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의 속삭임이 들릴 만큼 고요한 밤. 아주 깜깜한 밤이죠. 하늘에는 달과 함께 별이 점점이 떠 있을 뿐이랍니다. 에우세비오는 잠들지 못했어요. 무서웠거든요.
--- p.7~8
“아나니아스, 아나니아스, 벌써 자?” 에우세비오가 속삭였어요. “아니, 아직.” 아나니아스가 대답했어요. “무슨 일이야?” 에우세비오는 잠들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어요.
--- p.14 p
나…… 뿔 달린 괴물이 무서워…… 투명하게 속이 들여다보이는 괴물도 무섭고…… 송곳니가 튀어나온 괴물도 무서워……
--- p.16~20
그거 아니? 불을 내뿜는 괴물도, 어두운 데 숨어서 눈만 번쩍거리는 괴물도, 코에 사마귀를 달고서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괴물도, 송곳니가 튀어나온 괴물도, 아주아주 새하얘서 속이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괴물도, 심지어 뿔 달린 괴물까지도, 모두 다 우리처럼 겁을 낸단다. 함께 있어도 친한 친구들과 있는 것 같이 영 편하지가 않거든.
--- p.33~35
머릿속에는 온통 이길 생각뿐이지. 속임수를 써서라도 말이야. 마음 편할 날이 없단다. 왜냐고? 진짜 친구가 아닌데 어떻게 믿을 수가 있겠어?
---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