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이의 모험에 빗댄 자전적 그림책
해가 떠오르면 중천을 지나 저무는 때가 오고, 밤이 지나면 다시 지평선 너머에서 날이 밝아 온다. 예부터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섭리다. 그런데 이 상식을 깨고 해넘이를 막으려는 아이가 등장한다. 아이는 이런저런 준비물을 챙기고, 해를 뒤쫓아 길을 나선다. 아이는 왜 이렇게 해가 저무는 것을, 밤이 찾아오는 것을 두려워할까?
《어두운 겨울밤에》는 플로라 맥도넬이 우울과 불안 증세를 앓았던 경험에 비추어 쓴 자전적 그림책이다. 이 배경 하나만으로도 아이를 향한 의문은 금세 풀릴 것이다. 작가는 아이의 모험에 빗대어 자신이 겪은 지난한 싸움을 그렸으며, 또 그럼으로써 지금 이 순간 ‘어두운 겨울밤’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무게감 있는 위로를 전한다. 단정한 글과 투박한 듯 따뜻한 그림에 작가 본인 그리고 아이의 여정을 시적으로 담아냈다.
해를 붙잡으려다 떨어지고 만 어둠의 끝에는
제목 그대로 ‘어두운 겨울밤’이 이야기의 시작을 알린다. 어둠이 걷히고 이제 막 기는 법을 익힌 듯한 아이가 해돋이와 함께 한쪽에서 등장한다. 아이는 곧 일어서서 나비를 쫓기도 하고, 물장구도 치며 활력 넘치는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겨울밤이 지난 뒤에 날이 밝았듯이, 낮이 지나면 해 질 녘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어스름이 내리고 아이는 두려움이 엄습하는 어둠 속에서 밤을 보낸다. 더는 어둠을 겪고 싶지 않았던 아이는 밤을 막기 위한 모험을 떠난다. 물뿌리개나 사다리 같은 자기만의 도구를 챙겨 손수레에 싣고, 오리와 고양이가 든든한 동료로 합세한다.
해를 붙잡으러 떠나는 길은 그리 평탄하지만은 않다. 아이는 궂은비가 몰아쳐도 꿋꿋이 앞으로 나아가고, 그러다 피곤할 때는 언덕 위에 누워 잠시 쉬어 가기도 한다. 손수레에 실어 온 물건을 우수수 흘리며 산을 오르고, 이 길의 끝이 어찌 될지도 알 수 없다. 아이는 뉘엿뉘엿 저무는 해를 서둘러 붙잡으려고 뜰채를 내밀어 본다. 어느새 짙푸른 어둠이 깔린 바닷속까지 몸을 던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