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기종인 여우와 여우 목도리
십여 년 전만 하더라도 여우 목도리를 쉽게 볼 수 있었다. 한 집 걸러 한 집에 있는 어른들의 평범한 겨울 목도리 중 하나였다. 여우 목도리와 밍크코트가 어떠한 죄책감도 불러일으키지 않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사람들은 여우 목도리와 밍크코트를 만들기 위해 여우와 밍크를 얼마나 무자비하게 잡아들이는지 그 실체를 알게 되었다. 여러 차례 다큐멘터리가 방영되었고 뉴스를 통해서 여우와 밍크가 멸종 위기종이 되었다는 사실을 접하게 되었다. 그제야 사람들은 우리가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깨닫기 시작했다. 이러한 행위는 인류사에 참으로 여러 차례 반복되어 왔다. 그사이 여러 종의 동물들은 멸종되었거나 멸종 위기에 처해졌다.
펫로스를 다뤘지만 슬프지 않은 귀여운 그림체를 선보였던 첫 번째 그림책 《구름 공장》을 낸 유지우 작가의 새로운 그림책 《여우 목도리》는 묵직한 주제를 역시나 그리 무겁지 않은 그림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여우 목도리》는 2022년 현대어린이책미술관에서 주관한 〈언프린티드 아이디어 Unprinted Ideas〉에 선정된 작품으로 현대어린이책미술관에서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독자들을 만났다. 전시기간 동안 독자들의 투표를 통해 가장 인기 많은 두 작품을 뽑았다.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은 뽑힌 두 작품에게 출판지원금을 지원하는데, 뽑힌 작품이 바로 《여우 목도리》이다. 그림책으로 출간되기 전부터 독자들에게 사전 인증을 받아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두 가지 이야기가 가운데에서 만나는 그림책
《여우 목도리》는 양쪽으로 보는 그림책이다. 앞표지 뒤표지 모두 하나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표지에 해당한다. 어느 쪽으로 읽어도 상관이 없다. 책 가운데에서 두 이야기가 만난다. 작가의 의도를 슬쩍 밝히자면 여자애의 뒷모습이 보이는 쪽부터 읽어 보기를 권한다. 여우 목도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 배경이 조금 더 잘 나와 있다. 눈보라가 날리는 면지를 지나 본문으로 들어가 보면 사냥꾼의 여우 목도리가 햇빛 아래에서 황금색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