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죽음’으로 가기 위한 ‘세 가지’ 관문
『오늘은 죽음의 날입니다』는 한때 야구를 했던, 중학교 3학년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문혁이’의 죽음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작가는 처음부터 ‘문혁’을 드러내거나 그의 죽음을 독자에게 노출시키기보다는 ‘죽음’에 대한 상징과 은유의 이미지 속에서 죽음으로 가기 위한 ‘세 관문’을 통과할 두 무리의 친구들과 그들의 우정을 먼저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소설은 두 화자의 진술을 번갈아 교차하며 진행되는데 모 대학의 심리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인 주미와 혜연의 관계가 혜연의 서술을 통해 보여지고, ‘깨진 유리창의 아침’이라 명명할 만한 ‘혁명’으로 학교를 자퇴한 지후와 특성 없는 무존재로 비치는 민호의 관계가 민호 시점의 서술로 드러나는 식이다. 작가는 독자들과 문혁의 죽음 더 가까운 곳으로 함께 다가가기 위해 이 두 친구들을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만나게 하고, 함께 기이한 여행을 떠나보낸다. ‘죽음의 날’에 처음 만난 친구들은 ‘지호’가 이끄는 대로 돌다리와 성벽, 암문이라는 세 관문을 통과하며 ‘문혁’의 죽음에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먼 나라 이야기’와 ‘제망매가’의 컬래버레이션
죽음에 이르는 관문인 형식적 장치에 더해 작가는 ‘죽음’에 대한 여러 이미지들을 정교하고 치밀하게 차용하여 ‘문혁’의 죽음에 다가가는 길을 더욱 촘촘하게 그려나간다.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산울림의 ‘먼 나라 이야기’는 다음과 같은 가사가 전부인 짧은 노래이다. “흰 종이에 아주 먼 나라 이야기를 했지 / 죽음이란 글자를 써 보았네 / 한참 바라보다 종이를 찢어 버렸네 / 밖엔 달이 더 밝아 보였네” 흰 종이에 아주 먼 나라 이야기인 ‘죽음’이라는 글자를 써보는 행위. 이것은 작가가 『오늘은 죽음의 날입니다』라는 소설에서 하고자 하는 행위 그 자체이며,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된 테마가 된다. 여기에 덧붙여 작가는 떨어지는 ‘낙엽’과 월명사의 ‘제망매가’를 배치시켜 ‘이른 바람에 떨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