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요정의 세상에서 벌어지는 한바탕 꿈같은 이야기
“일등이 되는 게 뭐 그리 중요해?
우리의 모자는 다 달라. 그래서 멋있어!”
손톱처럼 생긴 달이 뜰 때마다 벌어지는 땅 요정들의 파티. 이곳에는 꼭 멋진 모자를 쓰고 참석해야 합니다. 요정들이 말하는 멋진 모자란 별것 아니에요. 버려진 고무장갑도, 종이컵도, 약통도 좋지요. 흔한 쓰레기도 관점을 바꾸면 달리 보일 수 있어요.
『멋진 모자를 찾아서』의 주인공 ‘꼬마’는 받아쓰기에서 꼴등을 해 무척 풀이 죽어 있습니다. 하지만 고개를 숙이고 터덜터덜 걸은 덕분에 길가의 쓰레기 중에서 멋진 모자를 찾던 ‘땅 요정’을 만날 수 있었어요. 꼬마는 빨간 채점 표시가 비처럼 내리는 받아쓰기 시험지를 싫어하지만, 그 시험지로 종이배를 만들자 땅 요정은 근사한 모자라며 마음에 들어 합니다. 빨간 선들을 창피하게만 여겨 온 꼬마는 놀라움과 동시에 작은 위안을 느낍니다.
『멋진 모자를 찾아서』는 등수나 점수에만 초점을 맞춘 세상에서 ‘경쟁’이 모든 순간에 꼭 필요하지는 않다는 사실과, 각자의 개성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이야기합니다. 신나게 춤추고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는 땅 요정들의 파티에서도 일등은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한껏 치장하고 서로 겨뤄서 ‘가장 멋진 땅 요정’으로 뽑히면 가마에 태워 주는데, 그 모습이 아주 근사해서 누구나 일등이 되기를 소망하지요. 너도나도 내 모자가 가장 멋지다는 소동이 일어날 때 꼬마는 땅 요정들의 성화에 못 이겨 심사 위원이 됩니다. 그러고는 제법 공평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내립니다. 실제로 제3자인 꼬마의 눈에는 모든 모자에 담긴 서로 다른 매력과 장점이 선명히 보였거든요.
소통의 오류가 불러온 귀여운 소동
“엉덩이를 흔들다가 방귀가 나오지 않게 조심해야 해.
그건 ‘당신이 너무 싫어서 방귀가 나왔어요’라는 뜻이거든.”
김종혁 작가는 특정한 말이나 행동이 문화와 개인에 따라 어떻게 비추어질 수 있는지 한 번쯤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본다면 소통이 조금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