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봉기. 나는 천생 여자라 전복적이야.
봉기. “그 종의 여자”라는 표현은 결국 쓸데없는 말.
러셀. 더 재밌는 건, 내가 아주 괴롭단 거야.
봉기. 틀렸어, 난 구경꾼이 아니야. 행동하는 여성이지.
진저. 그녀는 음경 선망이 있어. 정신분석가를 만나봐야 해.
봉기. 안뇽, 매력덩어리.
미스 콜린스. 생각해볼 것도 없이, 그녀는 내가 만나본 중에 가장 난하고 천박한 호모야.
러셀. 너 안 못생겼어. 적어도 치마 입고 여자처럼 보이면 안 그럴걸.
진저. 남자들이 똥 잘 먹는 여자를 훨씬 더 존경한다는 걸 누구나 알지.
러셀. 넌 여자가 뭔지 몰라, 넌 괴물성을 거새해버렸지.
미스콜린스. 난 현실을 직시해. 우리가 남성이란 게 우리의 현실이지.
봉기. 왜 여자들을 영계라고 하지? 부리가 달린 건 남자들인데.
봉기. 와서 이거 가져가.
봉기. 나는 남자들만의 파티를 위한 영화에 출연해. 하지만 프로로서의 원칙이 있지―일류 감독하고만 일하거든.
앨빈. 저한테만 낭만적이었나 보군요.
봉기. 딱 떨어지는 변태.
아서. 섹스가 감돌아. 섹스는 너를 자빠뜨려. 잡아채서는 쪽 빨아먹지.
봉기. 남자들은 서로 엉덩이에 쑤셔 넣게 하고 여자들은 혼자 있게 둬.
진저. 네 영혼이 틈 속에서 부드럽게 흔들리게 둬.
아서. 난 정말 끔찍해. 그렇지 않아?
여성을 좋아한다는 것에 관하여
해제: “쓰라린 낙관주의”, 혹은 우리를 실망시킬 뿐인 아무것도 못 될 미달의 존재들과 함께 앉아 있는 법을 배우기 | 시각문화비평가 이연숙(리타
옮긴이의 말
출처
“징그러울만치 매력적인 ‘나쁜’ 책”_시각문화비평가 이연숙(리타
더없이 과감하고 곤란할 만큼 날카로운
“슬픈 트랜스 여자애” 안드레아 롱 추 첫 단행본
트랜스젠더 연구 제2의 물결을 열었다고 평가받으며 트랜스 페미니즘 논쟁의 중심에 선 1992년생 트랜스젠더 작가이자 비평가 안드레아 롱 추와, 앤디 워홀을 저격하고 “남성을 없애버(《SCUM 선언문》”려야 한다고 주장한 ‘남성혐오자’ 발레리 솔라나스가 50년의 시간을 건너 만났다.
급진적 여성주의자라 불리는, 그러나 스스로는 그 이름을 모욕으로 여긴 발레리 솔라나스는 1967년, ‘남자라는 성의 완전한 절멸’을 제안하는 《SCUM 선언문》을 자비 출판했다. “남자는 생물학적 사고”라는 선언으로 포문을 열고 “Y(남성 유전자는 불완전한 X(여성 유전자”, 즉 남성을 불완전한 여성으로 간주하는 이 격문은 “최악이자 가장 표독한 레즈비언-페미니스트 혐오 발언의 사례”로 꼽히며 “혐오로 가득한 제2물결 페미니즘과 레즈비언 페미니즘의 정점”이라 비난받았다.
《SCUM 선언문》의 전조로 읽히는 〈니 똥구멍이다Up Your Ass〉는 앤디 워홀이 극으로 만들어주길 간절히 바랐으나 끝내 실패한 솔라나스의 잊혀진 희곡이다. 솔라나스를 대변하는 듯한 남성혐오자 주인공 봉기 페레스는 몇 번이고 남성 종말을 소리 높여 간구하고, 남자에게 속아 넘어가 자랑스레 남성들의 생각을 앵무새처럼 따라 말하는, 여성의 진짜 적 ‘아빠의 딸’과 여자가 되고픈 욕망을 인정하며 감히 달라지고자 하는 똘똘하고 “재수없는” 드랙퀸 들은 “멍청한 금발”로서 “분노에 차, 너저분하게, 제멋에 산다.”
《피메일스》는 바로 이 조악하고 선정적이며 너무도 노골적으로 부적절해 보이는 솔라나스의 걸작 <니 똥구멍이다>를 재해석한다. 각 장의 제목으로 <니 똥구멍이다>의 대사를 붙인 이 책은 젠더 스터디 분야 필독서로 널리 읽히는 롱 추의 데뷔 에세이 <여성을 좋아한다는 것에 관하여On Liking Women>를 확장한 첫 단행본으로, 출간과 동